상속세 부담에 한국 떠나는 자산가들…1년 새 두 배 증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한국을 떠나는 자산가가 급증하고 있다. 자산가 순유출 규모는 영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으로, 투자와 고용 위축을 통해 경제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발표한 중장기 상속세수 전망 분석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 제도를 유지할 경우 상속세수는 2024년 9조6400억원에서 2072년 35조78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2030년 11조9600억원, 2040년 21조3000억원, 2062년 38조3500억원 등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상속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70세 이상 사망자 수가 2024년 26만4000명에서 2072년 68만7000명으로 2.6배 늘어나는 인구 구조 변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부유층의 탈한국 흐름도 뚜렷하다. 영국의 이민 컨설팅사 Henley & Partners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고액자산가 순유출 잠정치는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두 배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60%에 이르는 점이 자본의 해외 이동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상속세 과세 대상 역시 빠르게 확대됐다. 과세 인원은 2002년 1661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13배 가까이 늘었고, 총세수 대비 상속세 비중도 같은 기간 0.29%에서 2.14%로 상승했다. 상속세가 초고액 자산가의 세금에서 중산층까지 체감하는 세금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적 파급도 무시하기 어렵다. 대한상의가 1970년부터 2024년까지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 대비 상속세수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음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상속세 부담이 커질수록 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자본 축적이 저해된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납부 방식 개선을 통한 부담 완화를 제언했다. 현재 일반재산에 적용되는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 10년을 20년으로 늘리거나 최소 5년의 거치 기간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업상속 중소·중견기업에만 허용된 최대 20년 분납 또는 10년 거치 후 10년 분납 혜택을 개인과 대기업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부연납 기간에 따라 실질부담률 격차도 크다. 일반재산 10년 분납의 실질부담률은 일시납 대비 70% 수준이지만, 20년 분납은 51.4%, 10년 거치 후 10년 분납은 32.3%로 낮아진다. 납부 방식 유연화만으로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상속세 물납 대상을 비상장주식에서 상장주식까지 확대하고, 주식 평가 기준을 상속 기준일 전후 2개월 평균에서 전후 2~3년 장기 평균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금흐름 부담을 완화하고 주가 변동성에 따른 과세 왜곡을 줄이자는 취지다.

대한상의는 납부 방식 개선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면 상속세수 감소분을 상회하는 국내총생산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속세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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