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이 한국을 넘어 동북아 물류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려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와 부산항만공사는 진해 신항 개발, 자동화 터미널 확대, 친환경 인프라 확충 등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며 ‘글로벌 허브 항만’ 도약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인프라 경쟁력에 비해 운영 효율성과 환적 성장률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3년 기준 부산항의 환적 물량은 1,241만TEU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전체 컨테이너 처리량은 세계 7위 수준으로, 물류 허브 항만으로서의 기반은 탄탄하다. 부산 지역 항만물류산업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2018~2022년)은 14.7%로 전국 산업 평균의 두 배를 웃돌며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정부는 약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진해 신항을 중심으로 한 터미널 통합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AI·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항만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부산항은 이미 국내 최초로 LNG 선박 간 연료공급(STS)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 전환의 선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터미널 운영 주체가 다원화돼 있어 접안 스케줄 조정과 베이 관리 효율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제기된다. 복수의 터미널 간 연계가 미흡해 환적 중심 항만의 강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동량 증가세 둔화도 부담이다. 중국 상하이·닝보항의 급성장과 대형 선박 수용력 강화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환경 규제도 변수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항만과 선박의 저탄소 전환 투자가 불가피해졌다. LNG·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재정적 부담이 크다.
반면,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부산항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동북아 환적 거점의 다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은 지리적 이점과 안정된 운영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수·광양항과의 기능 분담, 인천항과의 연계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국내 항만 간 시너지 강화도 가능하다.
부산항이 진정한 글로벌 허브로 자리잡기 위해선 터미널 통합 및 운영 효율화, 친환경 투자 전략, 인재 양성, 국제 해운사 유치 등 복합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항만의 물리적 규모만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한 시대다. 서비스 품질과 네트워크 신뢰성이 승부를 가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