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결혼한 뒤 배우자의 직업과 소득 정보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가 다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고액 가입비를 받는 만큼 업체가 신원 검증에 더 강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지만, 법원은 검증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30대 이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연 수입 3억원의 어린이집 원장으로 소개받은 사람과 결혼했으나, 실제로는 행정관리직원이었고 연 소득도 5600만원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이혼 과정에서 알게 됐다. 이씨는 업체가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현행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결혼중개업자가 결혼 중개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거짓된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까지 부과될 수 있으며, 중개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를 야기한 경우 배상 책임도 명시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역시 결혼정보·직업·학력·병력 등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를 허위 제공한 경우 업체의 귀책으로 본다. 표준약관에는 회원 가입 심사에서 배우자 유무 확인은 물론, 학력·직업·병력 등 주요 개인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업체가 확인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법은 결혼정보업체에 모든 개인정보를 무제한적으로 검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신용·채무·범죄경력 등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조회가 불가능하거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도 일관돼 왔다. 2010년 서울북부지법은 회원이 타인의 신분을 도용해 가입한 사건에서, 업체가 인적 동일성에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었다면 추가 확인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2021년 서울중앙지법은 재산과 경력을 과장한 사례에서 업체가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반면 이번 사례에서는 업체가 재직증명서를 제출받고 가족과의 상담까지 진행한 점이 확인됐다. 법원은 업체가 통상 요구되는 검증 절차를 이행했다고 봤고, 사후적 허위가 드러났더라도 배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혼정보업체 이용자들은 가입 전 업체가 요구하는 제출 서류와 확인 절차가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업체 역시 ‘완벽한 검증’ 같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 실제 검증 의무 범위보다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결국 법적으로 인정되는 결혼정보업체의 책임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에 한정돼 있으며, 실제 손해배상 여부는 업체가 가입 당시 얼마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가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