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세계 질서는 ‘유리천장 파괴’라는 낭만적 수사를 넘어, 선출되지 않은 초국가적 테크노크라트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국가주의 스트롱우먼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 여성 리더의 등장은 상징의 정치가 아니라 통치 기술의 문제로 이동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27개 회원국의 입법 발의권과 예산 집행권을 사실상 독점하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가족”이라는 명분 아래 대러 제재와 무기 지원을 주도했다. 그 결과 유럽은 단일 안보 블록으로 요새화됐다. 이에 호응하듯 유럽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유로존 20개국의 통화량과 금리를 좌우하는 금융 권력을 행사하며, “실패는 선택지에 없다”는 신조로 개별 국가의 재정 주권을 넘어서는 ‘경제 검찰’로 기능하고 있다.
대서양 건너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1억3천만 명의 통수권자로서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도착했다”고 선언했지만, 감성의 정치가 아닌 데이터 기반 행정으로 국방군을 지휘하며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냉철한 행정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젠더를 무기가 아닌 통치의 기능적 도구로 활용하며, 법과 자본, 물리력을 통해 남성 중심의 기존 시스템을 실리적으로 흔드는 마키아벨리스트다.
그러나 이들의 비상 이면에는 민주주의의 결핍과 배타적 국수주의라는 그림자가 공존한다. 폰데어라이엔과 라가르드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불투명한 의사결정과 도덕성 논란을 엘리트주의로 덮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더 위태로운 것은 우파 리더들의 행보다.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는 정체성 정치를 전면에 내세워 해상 봉쇄 수준의 난민 정책을 밀어붙였고, 일본 총리 사나에 다카이치는 자위대 최고 지휘권을 쥔 상태에서 수정주의 역사관을 고수하며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지향한다. 셰인바움 역시 전임자의 그늘과 군사화된 치안이라는 딜레마를 동시에 안고 있다.
결국 이들 다섯 명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환상을 벗어던지고, 위기의 시대가 요구하는 ‘엄격하고 유능한 해결사’를 선택했다. 2025년의 세계는 여성 리더에게 더 이상 부드러움이나 도덕적 우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안보 위기와 경제 난국을 돌파할 압도적 실력과 결단력을 가진 여성을, 그 어떤 남성 리더보다 강력히 호출하고 있다. 이는 성별의 진보가 아니라 권력의 작동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