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운전 단속에서 적발된 운전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은 불법 마약이 아닌 수면제 계열 의약품인 졸피뎀으로 나타났다.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물 운전 관련 감정 의뢰 1046건을 분석한 결과, 의료용 마약류가 5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비마약류 의약품이 41%, 불법 마약류는 4%에 그쳤다.
의료용 마약류 가운데서는 중추신경 억제 계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불면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졸피뎀이 3년간 370건 검출돼 가장 많았다. 불안 및 수면장애 치료제인 알프라졸람 144건, 플루나이트라제팜 126건도 다수 확인됐다. 이들 약물은 주의력 저하, 반응속도 감소, 운동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해 운전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약성 진통제도 일부 확인됐다. 옥시코돈과 펜타닐이 각각 6건씩 검출됐으며, 인지 기능 저하를 통해 운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마약류에서는 항정신병약과 항우울제 계열 비중이 높았다. 항정신병약인 쿠에티아핀이 108건으로 가장 많았고, 졸림과 무기력감 유발 가능성이 지적됐다. 이 밖에 수면유도제와 항히스타민제도 다수 검출됐다.
반면 불법 마약류는 메스암페타민 28건, 대마 19건, 합성 대마류 16건 순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보였다.
경찰은 최근 약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를 시행한 가운데, 약물 복용 시 운전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졸음을 유발하는 약을 복용한 경우 일정 시간 운전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감기약 복용만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경찰은 단순 복용 여부가 아닌 실제 운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상태가 단속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약물 검출 여부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개인별 대사 차이, 복용 용량과 시점, 약물 내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치료 목적 복용까지 일률적으로 위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현재 국과수 및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함께 혈중 농도 기준과 운전 금지 기준 마련 연구를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단속 기준은 오는 5월 말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