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거대언어모델(LLM)이 오픈AI를 일부 앞섰다는 벤치마크 결과가 나오면서 전 세계 AI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관계자들은 기술 발전에 따라 비용 절감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액의 투자가 필수였던 AI 개발 경쟁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딥시크 ‘가성비’는 정상적 흐름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겸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딥시크의 기술력 자체가 혁신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29일(현지시각) 블로그에서 “딥시크의 모델(V3)이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딥시크의 비용 절감은 정상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딥시크는 V3 모델의 훈련 비용이 557만 달러(약 80억 원)라고 밝혔지만, 앤트로픽은 반년 앞서 개발한 모델에 약 1,000만 달러가 들었다고 주장했다. 딥시크의 ‘가성비 AI’가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이라는 의미다.
빅테크, ‘워룸’ 꾸려 대응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딥시크의 부상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28일 X(옛 트위터)에서 딥시크의 챗봇 ‘R1’을 “가성비를 고려하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AI가 더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오픈AI와 MS는 딥시크가 오픈AI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미국 AI 전문가들은 딥시크가 ‘증류’(Distillation) 방식을 이용해 오픈AI 모델을 모방하고, 대량의 데이터를 무단 추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역시 대응을 위해 ‘작전실’(war room)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29일 실적발표회에서 “많은 기업들이 딥시크의 부상에 놀라고 있지만, 메타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
미국 정부는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의 고사양 반도체 수출 규제에 이어, 저사양 모델인 H20까지 대중국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딥시크는 V3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 H800 칩 약 2,000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딥시크 발표 이후 요동쳤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27일 폭락 후 나흘째 등락을 반복하는 중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28일 8.93% 반등했으나, 29일 다시 4.1% 하락했다. 딥시크가 저사양 반도체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AI 개발 경쟁이 자본력 싸움에서 기술 효율성 중심으로 변화할지, 그리고 미국이 추가 제재를 단행할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