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日 총리, 취임 9개월째 유럽 방문 ‘제로’…中·러 견제 외교력 ‘흔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후 9개월 동안 유럽을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아, 일본의 대유럽 외교에 심각한 공백이 생겼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막판에 취소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전략적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취임 이후 동남아시아 5개국과 미국, 페루, 브라질, 캐나다 등 총 9개국을 방문했지만 유럽 대륙은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두 번째 임기 당시 9개월간 22개국을 방문했던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소 타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들도 취임 후 9개월 동안 최소 10개국 이상을 방문하며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집권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조차 영국에서 열린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을 방문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참석 계획을 세웠으나 막판에 돌연 불참했다. 그의 불참 결정으로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총리를 대신해 NATO 회의에 참석했고, 지난 5월에도 프랑스를 방문하는 등 총리의 유럽 외교 부재를 메우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얽혀 외교 일정이 꼬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5월 황금연휴 기간 동안 일본에 머물며 무역 협상 진전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인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NATO는 2022년부터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를 정상회의에 초청하며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기시다 전 총리는 이 회의에 3년 연속 참석해 유럽 정상들과 중국과 북한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했다.

이번 NATO 회의에서는 주요 국가의 불참이 이어지면서 중국 관련 논의가 약화됐고, 지도자들의 공동 선언문에서도 중국 문제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일본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이시바 총리의 불참을 두고 “중동 및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핵심 회원국들과 의견 교환의 기회를 놓쳤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10월 한국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어떤 외교적 입지를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국제사회 관심이 중동과 우크라이나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유럽 외교 공백이 아시아 문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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