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이 ‘노후 자산의 핵심 축’이라는 이름과 달리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성적표를 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기록한 6.82%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격차는 훨씬 벌어진다. 월급 360만 원 직장인이 매달 20만 원씩 30년간 납입했다고 가정할 때, 연 2.07% 수익률이면 총수령액은 3억43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국민연금 수익률에 준하는 6.82%라면 10억 원에 달해 매달 받는 연금액이 세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저조한 성과의 원인으로는 퇴직연금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계약형’ 구조가 꼽힌다. 근로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가입자는 대부분 방치해 두고, 금융회사는 낮은 수익률에도 수수료만 챙기는 구조다.
대안으로는 ‘기금형’ 제도가 거론된다. 근로자 자금을 모아 전문 인력이 운용하는 방식으로, 근로복지공단이 2022년 출범시킨 ‘푸른씨앗’은 2023년 6.97%, 2024년 6.52%, 올해 상반기 연환산 7.46%의 성과를 거두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입증했다. 국민연금이 큰 손실을 기록한 시기에도 플러스 수익을 낸 사례는 기금형의 경쟁력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 기금형은 30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국회에서는 모든 근로자와 자영업자, 특수고용직까지 선택적으로 기금형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계약형 사업자들에게 수수료 인하와 상품 개선을 강제하는 이른바 ‘메기 효과’가 기대된다.
퇴직연금의 저수익 구조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가입자 불만이 누적된 만큼, 제도 개편이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