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 쿠팡의 159억 원 미 정치권 로비, 통상 이슈로 비화하나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한·미 통상 이슈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의 조사와 별개로 쿠팡이 미국 정치권을 향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프레임을 가동하면서 논란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쿠팡의 자체 조사 발표다. 쿠팡은 고객 정보에 접근한 퇴사 직원을 특정해 자백을 받았고, 관련 저장장치를 모두 회수해 추가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조사단이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수사 대상 기업이 먼저 공표한 점을 두고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대통령실 안팎에서도 불쾌감이 감지됐다.

이 와중에 미국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자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한국이 미국 기술 기업을 겨냥해 통상 균형을 훼손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공개적으로 남겼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과 보수 성향 평론가들도 잇따라 “한국의 미국 기업 차별”을 문제 삼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쿠팡의 대미 로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팡은 최근 수년간 백악관과 의회를 상대로 약 159억 원에 달하는 로비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미국 IT 업계 단체들과 공조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는 미국 정부의 압박을 통해 사태를 무마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기업 방어 차원을 넘어선 무리수로 평가한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서 당사자가 핵심 인물을 접촉해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근거로 ‘피해 없음’을 선언한 행태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다. 개인의 일탈로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쿠팡 이슈가 실제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역시 개인정보 유출을 중대 범죄로 다루는 만큼, ‘미국 기업 보호’ 논리만으로 한국 정부의 조사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기업의 대외 로비가 국내 사법·행정 절차와 충돌하는 장면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쿠팡을 향한 신뢰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관건은 투명성이다. 정부 조사와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업의 일방적 해명과 외교적 압박이 반복될수록 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의 선택이 위기를 진화할지, 아니면 통상 논쟁이라는 더 큰 파장을 불러올지는 향후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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