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025년 3분기 연율 기준 4.3% 성장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유럽과 일본의 성장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만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의 효과를 성장 배경으로 제시했고, 재무당국 역시 낙관적 해석에 힘을 실었다.
다만 수치를 뜯어보면 불안 요인이 분명하다. 이번 성장의 상당 부분은 수입 감소에 따른 회계적 효과에서 비롯됐다. 관세 인상 전 수입을 앞당겼던 기업들이 3분기에 들어 수입을 크게 줄이면서 순수출이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생산성의 구조적 개선이라기보다 일회성 통계 효과에 가깝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성장의 온기는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 고소득층 소비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대형 기술기업의 설비투자가 성장을 이끌었다.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은 상위 계층은 소비를 유지했지만, 중·저소득층과 소기업의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약화됐다. 직원 50명 미만 소기업의 고용은 최근 반년간 감소 흐름을 보였고, 대기업 중심의 실적 개선과 대비를 이뤘다.
주식시장도 양극화를 반영한다. S&P 500와 나스닥은 연말까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소기업과 자영업 부문에는 비용 압박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작용했다. 이른바 K자형 경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큰 뇌관은 물가다. 표면상 인플레이션은 2%대 후반에 머물지만, 관세 전가 효과와 데이터 공백을 감안하면 2026년 재상승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관세 부담의 가격 반영을 예고했고, 감세와 현금성 환급 논의가 수요를 자극할 경우 물가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통화정책의 선택지도 좁다.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고, 동결이나 추가 긴축은 고용과 소비를 제약한다. 여기에 정치 변수까지 겹치며 향후 인선과 정책 기조를 둘러싼 압박이 커질 경우 통화정책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6년 미국 경제의 키워드는 모순이다. 성장은 강하지만 질은 취약하고, 자산은 오르지만 체감 경기는 갈라진다. 괴물처럼 커진 성장 지표 아래에서 물가라는 뇌관이 작동 중이다.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로서 미국은 여전히 시계 제로의 불확실성 한가운데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