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2·3세 경영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책임과 투명성 부담이 과거보다 한층 무겁게 지워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책무구조도와 상법 개정은 임원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책임을 명문화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제도로 꼽힌다.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23곳은 책무구조도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고, 변경이 생길 경우 재제출 의무까지 부과된다. 구조도에는 조직도와 별개로 업무 범위, 최종 책임자, 보고 라인, 위험식별 절차, 위반 시 조치 방안까지 포함된다. 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에게 포괄적으로 책임을 묻던 관행이 단위별 임원 책임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독립성도 강화됐다. 사외이사 비중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권고가 이뤄졌으며, 성과급은 이연·환수 제도가 확대 적용된다. 특히 단기성과 중심의 보수 체계에서 다년가중 수익성, 위험조정 이익, 소비자보호 지표 등 비재무적 지표까지 반영되는 추세다.
그룹 내부거래와 이해상충 차단, 디지털·AI 리스크 관리, 고령 투자자 보호 장치까지 책임 범위는 확대됐다. 알고리즘 추천·자동매매·클라우드 사용 등도 감독 대상에 포함되면서, 증권사 내부통제 체계는 한층 정밀하게 개편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임원이 내부통제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긍정적 변화가 확인됐다”면서도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빠른 의사결정과 높은 레버리지를 특징으로 하는 증권사일수록 책임 회로가 더 촘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증권가 2·3세 경영자에게 핵심 평가지표는 속도가 아니라 ‘검증 가능성’이다. 권한·책임·보상·리스크를 한 장에 정렬하고, 이사회와 현업 간 점검 사이클을 짧게 운용하는 회사가 규제 신뢰와 시장 프리미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