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회동’ 이후, 엔비디아 GPU 26만장 확보…한국 AI 산업의 새 서막

서울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펼쳐진 ‘깐부회동’이 한국 경제의 방향을 바꾸는 서막이 됐다. 지난 10월 30일 저녁,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만나 치맥을 즐기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보였지만, 그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날 회동 이후 발표된 ‘엔비디아 GPU 26만장 확보’ 소식은 세계 기술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이 참여해 총 26만장의 엔비디아 최신 GPU를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확보된 GPU는 정부 5만장, 삼성전자 5만장, SK그룹 5만장, 현대차그룹 5만장, 네이버 6만장으로 배분될 예정이다. 각 기관은 확보한 GPU를 AI 인프라 구축, 제조 최적화, 자율주행, 클라우드 서비스 강화 등 각자의 산업 전략에 맞게 활용한다.

엔비디아 H100 GPU 한 장의 시장가격은 약 3만 달러(한화 약 4천만 원)에 달한다. 26만장을 단순 계산하면 총액은 78억 달러, 한화로 약 10조 원이 넘는 규모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건설비의 다섯 배, 인천국제공항 건설비의 두 배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투자다.

삼성전자는 확보한 GPU를 반도체 공정의 디지털 트윈(virtual twin)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생산 환경을 정밀하게 재현해 수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3나노 공정 경쟁에서 TSMC에 뒤처진 현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의 GPU 활용 목적은 ‘데이터 주권’ 회복이다. 과거 모빌아이와의 협력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 종속 문제를 해결하고, 자율주행·로봇·스마트모빌리티 등 ‘피지컬 AI’(Physical AI) 영역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현대차는 향후 차량·로봇·건설장비의 학습 데이터를 자체 AI 시스템으로 처리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네이버는 가장 많은 6만장을 확보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학습 규모를 기존보다 다섯 배 이상 확장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GPT-4 수준의 언어 모델을 국내 독자 기술로 구현하고,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형 AI 클라우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의 이면에는 엔비디아의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AI 칩에 들어가는 HBM3E 메모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차세대 칩의 잠재적 파운드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한국과의 협력 강화가 불가피했다.

26만장의 GPU 확보는 단순한 하드웨어 거래를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정의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과제도 남아 있다. 첫째,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CUDA)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 경우 기술 종속 위험이 있다. 둘째, GPU 가동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셋째, AI를 운용할 고급 인재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활용할 알고리즘과 인재”라며 “정부의 전력망 투자, 세제 지원, 인재 육성 정책이 병행돼야 진정한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깐부회동’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었다. 이는 한국이 반도체·자동차·인터넷 산업을 기반으로 ‘AI 제조 혁신국가’로 나아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 이제 공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인재들에게 넘어왔다. 26만장의 GPU가 만들어낼 AI 태풍이 한국 경제를 어디로 이끌지, 전 세계의 시선이 서울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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