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출범으로 일본 정치의 새 장이 열렸다. 그러나 이번 정권은 오랜 파트너였던 공명당 대신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은 만큼, 그 결합이 순조롭게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공명당이 연정을 떠난 직접적 이유는 ‘정치자금 개혁’이었다. 자민당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치관의 괴리와 연정 피로감이 컸다. 복지·평화헌법을 중시하는 공명당의 노선은 헌법 개정과 군비 강화, 규제 완화를 내세우는 타카이치 정권과 상충한다. 창가학회 내부에서도 자민당의 ‘부패 이미지’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명당의 이탈로 다수파 유지가 어려워진 자민당은 일본유신회에 손을 내밀었다. 유신회는 오사카 기반의 중도우파 개혁정당으로, 국회의원 정수 축소, 세비 인하, 지방분권, 소비세 감면, 군사력 강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온 세력이다. 자민당은 이들의 지지를 얻어 타카이치 총재를 제104대 총리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양당은 ‘연립정권 합의서’를 통해 12개 분야의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핵심인 정치개혁 부문은 여전히 뇌관이다. 유신회는 기업단체 헌금 전면 폐지를 주장하지만, 자민당은 최소한의 개혁만을 원한다. 정치자금 구조 자체가 자민당의 파벌 시스템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자금 개혁 협의체 설치’ 수준의 절충으로 봉합됐고, 향후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두 당의 합이 비교적 잘 맞는다. 헌법 제9조 개정 추진, 긴급사태조항 신설, 장거리 미사일 및 잠수함 전력 강화, 정보기관 재편 등은 양당이 공통으로 강조해온 안보 강화 노선이다. 특히 2026년까지 ‘국가정보국’과 ‘대외정보청’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일본의 정보안보 체계 전환을 의미한다.
경제정책은 성장과 효율화를 병행한다. 휘발유세 인하, 전기·가스요금 보조금, 소득세 공제 확대, 소비세 2년 한시 면제 검토 등은 경기 부양책에 가깝다. 그러나 사회보장 지출 축소와 재정 효율화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복지 축소 논란이 일 전망이다. 유신회의 ‘작은 정부’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외국인 정책에서는 규제 강화가 예고된다. 외국인 정책 전담 장관 신설, 외국자본 감시 기구 설치, 외국인의 토지취득 규제 등은 유신회의 강경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인구 감소 대응보다는 사회 통합보다 통제 중심 접근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타카이치 정권의 향배는 유신회와의 균형 유지에 달려 있다. 양당의 정책적 접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정치개혁과 자금문제는 근본적 충돌 요소다. 타카이치 총리가 총리직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보수 내 균열을 최소화하고 개혁 이미지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연립정권이 ‘정치적 동거’를 넘어 실질적 국정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일본 정치의 시험대는 이제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