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한국·중국·미국, ‘전략산업 투자’ 각자의 게임판

세계 주요 경제권이 인공지능(AI)·반도체를 비롯한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목표와 수단, 시간축, 리스크는 제각각이다. 일본은 ‘튼튼한 실물기반’, 한국은 ‘빠른 상용화’, 중국은 ‘스케일’, 미국은 ‘룰메이킹’으로 요약된다.

일본은 2024~2025년 경제안보 패키지를 통해 AI·반도체, 조선, 양자기술, 합성생물학, 우주·방위, 사이버보안, 그린전환(GX)·에너지안보, 핵융합, 중요광물, 항만·물류, 방재·국토강인화 등 17개 분야에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재난 복원력과 산업안보, 인프라를 하나의 축으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목표는 공급망의 내재화와 민·군 겸용(dual-use) 기술 확보, 그리고 국제표준 선점이다. 보조금, 세액공제, 공공수요(방위·인프라) 투입이 핵심 수단이지만, 재정여력과 인력 부족, 집행 속도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한국은 AI 가속기, HBM·첨단패키징, 배터리·ESS와 중요광물 리사이클링, 자율운항 조선·해양, 방위·우주·사이버, 합성생물학·창약 등 분야를 ‘실전 과제’로 삼고 있다. 세액공제, 국가R&D, 공공구매를 동원하면서 미국·일본의 기술표준에 발 빠르게 맞추는 전략이다. 대중(對中) 의존도를 임계치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속도와 글로벌 OEM 연계력이 강점으로, 핵심 부품·소재와 시스템 통합에서 고부가가치를 노린다.

중국은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기조 아래 태양광·배터리·전기차·조선·통신장비 등에서 생산 규모와 속도,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국가조달과 정책금융, 군민융합, 초고속 상용화가 추진 엔진이다. 미국의 제재와 반도체 공정 제한에 대응하기 위해 흑연·갈륨 등 전략광물을 무기로 삼고 있다. ‘양(量)과 비용우위’로 시장을 잠식하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표준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CHIPS and Science Act’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첨단패키징, 양자, 합성생물학·바이오제조, 방산·사이버, 청정에너지, 중요광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막대한 연방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투입하고 있다. 국가수요와 수출통제를 결합해 ‘기술표준의 설계자’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IP·플랫폼·표준을 주도해 시장을 ‘규범으로 설계’하는 구조다. 다만 인허가 지연과 정치 주기(대선 등)가 병목으로 꼽힌다.

전략목표를 요약하면 일본은 ‘회복력과 내재화’, 한국은 ‘고부가 통합과 속도’, 중국은 ‘규모와 가격’, 미국은 ‘표준과 IP 지배’다.
정책레버로는 일본이 ‘보조금+공공인프라’, 한국이 ‘세액공제+동맹표준 적합’, 중국이 ‘정책금융+국가조달’, 미국이 ‘연방보조+세액공제+수출통제’를 택했다.
시간축은 일본·한국이 ‘중기 상용화’, 중국은 ‘단기 점유율’, 미국은 ‘장기 플랫폼’이다.

결국 미국은 룰메이커(rule maker), 중국은 메가공급자, 일본과 한국은 동맹의 핵심 제조·통합 노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같은 보드 위에서 네 나라가 서로 다른 게임을 펼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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