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대만 문제를 계기로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센카쿠 국유화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던 2012~2014년과 달리, 이번 대립은 정체성과 안보 개념이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 외교 당국과 관영 매체는 일본의 대만 관련 입장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가 소셜미디어에 강경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중국 정부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제한, 교류 행사의 중단 권고, 수산물 수입 중단 등 압박 조처를 발표했다. 중국 해경선의 센카쿠 해역 진입과 군사훈련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은 발언 철회를 거부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일본 정부는 2021년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 평화를 명시했고, 2022년엔 이른바 ‘안보 3문서’를 개정해 반격 능력 확보와 방위비 증액을 결정했다. 이는 대만 유사사태 대비를 목표로 한 정책 기조로, 입장 철회는 전략적 후퇴로 인식될 수 있다. 일본 내에선 정권 안정성과 안보 정당성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 환경도 과거와 다르다. 201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일본을 추월한 이후 격차는 확대돼 2024년 기준 약 4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 역시 이전과 같은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기조는 역내 당사자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미·중·일 삼각 균형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한국의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캠프 데이비드 공동선언은 안보 위기 상황 시 협의를 명시하고 있다. 대만 해협 또는 센카쿠 주변에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한국 역시 일정 수준의 대응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는 경제, 해상 교역, 공급망, 외교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일 갈등의 구조적 뿌리는 19세기 말 동아시아 국제질서 변화와도 연결된다. 일본은 1879년 류큐 병합, 1895년 청일전쟁 후 대만 할양, 1905년 대한제국 외교권 박탈로 세력을 확대했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의 역사적 패배를 회복하려는 인식을 유지해왔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양국의 경쟁 축은 대만, 오키나와, 한반도에 걸쳐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중-일 양측이 서로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국면에 들어선 만큼, 단기간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권 교체, 외교적 대타협, 또는 힘의 균형 변화 등 구조적 조건 변화 없이는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