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30억원으로 출발한 오너 일가 회사가 20여 년 만에 기업가치 5조5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랐다. 한화에너지를 둘러싼 김승연 한화 회장의 승계 구상은 설립 단계부터 지분 이전, 사업 전환, 지주사 지분 확대까지 치밀하게 이어졌다.
한화에너지의 출발점은 2001년 설립된 한화에스앤씨다. 김승연 회장은 자본금 30억원을 전액 출자해 회사를 세웠고, 그룹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맡겼다. 통상적인 물적분할과 달리 총수가 개인 자금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한화가 정보부문 자산과 부채를 넘기는 방식이 택해졌다. 이후 한화는 이 회사 지분 일부를 인수하며 관계를 맺었지만, 구조의 핵심에는 오너 개인 회사가 자리 잡았다.
승계의 첫 고리는 2005년에 걸렸다.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세 아들에게 증여했고, 한화가 보유하던 지분 역시 장남에게 매각됐다. 이로써 한화에스앤씨는 김 회장 세 아들이 100% 보유한 회사가 됐다. 이후 추가 출자를 거치며 지분율이 조정됐고, 이 구조는 10년 넘게 유지됐다.
사업의 방향이 바뀐 것은 2007년이다. 한화에스앤씨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한화종합에너지 지분을 인수하며 에너지 사업에 진입했다. 군장열병합발전, 여수열병합발전 등 발전 자산을 잇따라 품으면서 그룹의 에너지 축으로 자리 잡았다. 네트워크 회사에서 에너지 회사로의 전환은 이후 한화에너지라는 현재의 정체성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지배구조 정점으로 올라서는 과정의 또 다른 축은 지주사 지분 확보다. 김 회장 세 아들이 회사를 지배한 이후, 한화에스앤씨는 2007년부터 한화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상증자 참여와 공개매수, 대주주 지분 인수를 통해 보유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특히 2024년 대규모 지분 확보로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22%대를 보유하며 그룹의 실질적 정점에 섰다.
최근에는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기업가치 5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비상장사임에도 상장 전 투자에 준하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거래 이후에도 지배력은 세 아들에게 유지됐고, 김 회장은 보유하던 한화 지분을 증여하며 승계의 마침표를 찍었다.
30억원에서 시작된 회사가 수조 원대 가치로 성장하기까지, 설립 구조와 지분 이동, 계열 지원과 사업 재편이 유기적으로 맞물렸다. 한화에너지는 단순한 계열사를 넘어, 김승연 회장의 승계 전략이 응축된 상징적 결과물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