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회담, ‘합의 없는 이해’의 의미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종전이나 휴전에 관한 구체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해가 있었다”고 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서로의 입장과 요구를 파악하는 수준에 그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전날인 14일, 해방절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정의롭고 다극화된 세계질서 수립”을 강조했다. 이는 곧 알래스카 회담에서 미국을 상대로 다극화 시대를 인정받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회담 직전인 13일 조–러 정상 통화가 이뤄졌다. 크렘린은 알래스카 회담 관련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고, 북한 매체는 양국 협력과 지지를 강조했다. 메시지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미국을 ‘제국주의’로 규정하며 러시아·북한이 새로운 질서의 주도 세력임을 자임한 것이다.

러시아는 라브로프 외무장관, 벨루소프 국방장관,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등이 배석했고, 미국은 루비오 국무장관, 베센트 재무장관,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회담은 소규모 협의로 시작해 확대 오찬으로 이어졌다. 군사 문제뿐 아니라 제재·경제·투자 등 포괄적 의제가 다뤄졌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위기 돌파를 위해 신속한 휴전을 원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나토 비가입·탈나치화·탈군사화 등 기존 조건을 재확인하며 거부했다. 이는 트럼프 개인 결단만으로는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었고, 결국 미국은 우크라이나·유럽 동맹국과 협의 후 후속 접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서방 언론은 “돌파구 없음”을 부각한 반면 러시아 매체는 회담 장면을 강조하며 “고립은 실패했고 러시아 위상이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동일한 장면을 두고도 전혀 다른 내러티브가 전개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스크바 후속 회담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치적 부담은 미국 쪽이 더 크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성과 없는 외교’는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회담조차 ‘다극화 질서’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알래스카 회담은 하노이 미·북 회담처럼 “합의 없는 결렬”로 끝났다. 푸틴은 다극화 비전을 국제무대에 올려놓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다극화란 곧 미국 패권의 퇴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단기적 성과는 없었으나, 장기적으로 미국의 외교·안보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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