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공영방송 예산 삭감 역풍… 시민들 ‘분노 기부’로 맞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좌편향”을 이유로 공영방송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과 기부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 심리에서 비롯된 ‘분노 기부(rage giving)’ 현상으로 진단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약 12만 명의 신규 후원자가 NPR·PBS 등 공영방송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후원액은 지난해보다 7000만 달러(약 960억 원) 증가했다. 특히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로키마운틴퍼블릭’은 단 3일간 6620건의 후원을 받아 이 중 1000건이 신규 후원이었다. 한 개인은 무려 50만 달러(약 7억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지역 방송사들도 모금 열기에 동참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WUNC’는 100만 달러 이상, 플로리다의 ‘WMNF’는 28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켄터키주의 ‘루이빌공공미디어’는 불과 나흘간 52만5000달러를 확보해 정부 삭감액 37만6000달러를 오히려 웃돌았다.

후원자 다수가 일회성이 아닌 정기 후원자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CDP의 헤이플리크 CEO는 “예산 삭감 이후 후원 요청에 대한 응답률이 평소 연말 캠페인보다 3배 높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NPR을 “진보 허위정보 기계”라 부르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5월에는 NPR·PBS 예산 지원을 축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결국 미 의회는 지난달 17일 공영방송공사(CPB) 예산 11억 달러(약 1조5224억 원) 삭감을 통과시켰다. 이는 NPR 전체 예산의 1%, PBS의 15%를 차지하는 재원으로, 전국 100여 개 지역 방송국이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도 갈렸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전체 미국인의 43%가 정부 지원 지속에 찬성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은 69%가 찬성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44%가 지원 중단을 원했다.

캐서린 마허 NPR CEO는 “공영방송은 민주주의, 헌법, 언론의 역할을 지키는 기관”이라며 “정부의 지원 삭감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알 권리와 문화적 대화의 기반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분노 기부’ 현상은 단기적 반발에 그칠지, 장기적 구조적 후원으로 이어질지가 공영방송 생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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