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됐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주도한 이 법은 원청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고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했으며, 노동쟁의의 범위를 경영상 판단까지 넓히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플랫폼·하청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고 노조 활동의 제도적 안정성을 높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기업 환경에서의 파장은 만만치 않다. 이미 고임금 구조와 인력 부족, 경직된 노동시장에 직면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 교섭력이 확대되는 상황이 생산 유연성을 더욱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반도체·2차전지·조선·자동차 등 글로벌 공급망 핵심 산업에서는 손배 책임 축소와 교섭 주체 확대가 계약 기반 운영의 불확실성을 높여, 해외 투자 이전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각종 FTA 인센티브는 한국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이 “노동 유연성을 잃은 고비용·고갈등 국가”로 인식될 경우, 탈(脫)한국화 흐름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노조는 원하던 법을 얻었지만, 기업은 한국을 떠날 명분을 확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입법은 단순한 진보·보수의 대립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글로벌 노동 환경 변화, 공급망 재편, 정치적 리스크 관리가 맞물린 다층적 현상이다. 노동권 확대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동의 자유와 함께 자본의 선택권도 보장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이 일본처럼 “기술은 남았지만 사람은 없다”는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권리와 지속가능성 사이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