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다시 추진하면서 일본이 사실상 ‘문지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수인 만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가 일본의 핵심 요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CPTPP는 세계 국내총생산의 13%, 교역량의 15%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으로, 한국이 가입하면 회원국 간 평균 95% 수준의 관세 철폐 혜택을 얻는다. 특히 멕시코 등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와의 교역 확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수출 다변화가 기대된다.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은 협정 발효국 중 가장 큰 경제 규모를 차지하며, 신규 가입 심사 과정에서 식품안전 규제 철폐를 조건으로 내세워왔다. 실제로 영국은 2022년 후쿠시마산 식품 규제를 풀고 CPTPP 가입 승인을 순조롭게 얻어냈다. 대만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일본의 동의를 얻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외교 채널을 통해 규제 해제를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국내 여론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안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규제를 유지할 경우 일본의 반대로 가입이 좌절될 수 있다.
또 다른 과제는 농업 개방이다. CPTPP는 기존 자유무역협정보다 농산물 시장 개방 폭이 훨씬 넓다. 쌀·축산물 등 민감 품목을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농업계는 ‘제2의 FTA 파고’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 변수와 농업 개방이라는 이중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한국 통상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정부는 당분간 가입 신청 속도를 조절하면서 회원국과의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