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막’, 복지 아닌 권리로…미·영·일이 보여준 법제화의 길

‘식품사막’ 대응이 복지정책 수준을 넘어 법적 권리로 격상되고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은 식품 접근성을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 책무로 명문화하며, 법률을 통해 제도적 틀을 다지고 있다. 한국도 제도 정비 단계에 들어선 만큼 향후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연방법전 7 U.S. Code §6953에 ‘Healthy Food Financing Initiative(HFFI)’를 규정, 식품 접근성이 낮은 지역(underserved area)에 신선식품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대출·보조금·기술지원을 제공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의회에는 이를 2030년까지 재인가하는 법안(H.R.3506)이 상정돼 있으며, Gus Schumacher Nutrition Incentive Program(GusNIP) 등 저소득층의 신선식품 구매를 돕는 제도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즉, ‘식품 접근권’이 행정시책이 아닌 권리로 제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2020년 제정된 ‘Agriculture Act 2020’ 제19조에서 정부가 식량안보 보고서(Food Security Report)를 의회에 정기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보고서에는 농업 생산뿐 아니라 ‘가계 수준의 식품 접근(access to healthy diet)’이 포함된다. 이를 기반으로 영국 정부는 ‘Healthy Start’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층 임산부·영유아 가정에 식품 바우처를 지급하고, 전국 단위 식품사막 지도(mapping tool)를 활용해 지역별 접근성을 관리한다. 법률이 식량 접근성을 ‘국가 보고 의무’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행정책임이 분명해졌다.

일본은 ‘식료·농업·농촌 기본법’ 제19조에 국가의 식품 접근 보장 의무를 명문화하고, 이를 구체화한 ‘식품 액세스 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다. 이동판매·택배 등 민관 협력형 모델이 확대되는 한편, ‘식료 공급 곤란 사태 대책법’이 2027년 시행될 예정으로 국가가 공급 위기 시 행정·재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초고령화와 지역 공동체 붕괴에 대응하는 법제적 장치로 평가된다.

이들 세 나라의 공통점은 ‘식품 접근’을 복지나 시혜가 아닌 권리로 다룬다는 점이다.
미국은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법으로 보장해 지속성을 확보했고, 영국은 식품 접근 지표를 정기 보고하도록 강제했다. 일본은 법률 속에 접근 보장 원칙을 포함시켜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확립했다.

한국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 정부의 책무를 명시하고 일부 지자체가 ‘식품사막 해소 조례’를 제정했으나, 법적 권리 수준의 접근권 보장은 아직 미비하다. 향후 식품 접근성을 법률로 규정하고 지표를 정례화할 경우, 정책의 지속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원 조달과 행정조직 구축, 지역별 여건 반영 등 현실적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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