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이 왕위 계승 제도 개편 논의를 1년 만에 재개했다. 남계 남성 중심의 현행 체제 아래 차세대 계승자가 사실상 1명에 불과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왕실 유지 자체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왕위 계승 제도 개편 협의를 다시 시작했다. 목표는 7월 중순 종료되는 국회 회기 내 관련 법 개정 방향을 도출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 왕실의 계승 구조는 극도로 취약한 상태다. 나루히토 일왕에게는 외동딸 아이코 공주만 있으며, 현행 제도상 여성은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력한 차기 계승자는 동생 후미히토의 아들인 히사히토 친왕 1명뿐이다.
문제는 인구 구조다. 1947년 전후 개혁으로 옛 왕족 11개 가문 51명이 왕적에서 이탈하면서 왕실 규모는 급격히 축소됐다. 이후에도 여성 왕족이 결혼 시 왕족 신분을 잃는 제도가 유지되며 인원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미혼 여성 왕족은 5명에 불과해, 결혼이 이어질 경우 왕실 구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크게 세 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신분을 유지하는 방안, 옛 왕족 가문 남성을 양자로 들여오는 방식, 그리고 여성 왕족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왕족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핵심 쟁점은 ‘여계 계승’ 허용 여부다. 여성 왕족의 자녀까지 왕족으로 인정할 경우 사실상 여계를 통한 왕위 계승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대에는 여성 천황이 존재했으나, 근대 메이지 유신 이후 남계 남성 계승 원칙을 확립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은 여계 계승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기존 남계 계승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다.
왕실 유지와 전통 계승 사이에서 정치적 선택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이번 논의가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