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불과 수시간 사이 강경 봉쇄 발언과 제한적 통항 허용 가능성을 동시에 내비치며 전략적 메시지를 조정하고 있다. 표면적 입장 변화라기보다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이중 트랙’ 접근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조건이 충족될 경우 오만 해역을 경유하는 선박에 대해 공격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 전체 봉쇄가 아닌 ‘부분적 안전 항로’ 설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같은 날 이란 군부는 페르시아만과 오만해, 나아가 홍해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해상 봉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곧이어 제한적 통항 허용 카드가 제시되면서 강경 기조와 유연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핵심은 협상 지렛대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및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란이 이 해역 통제권을 활용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즉각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동 충돌 이후 수백 척의 선박과 수만 명의 선원이 걸프 해역에 묶이며 공급망 차질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이란이 제시한 ‘오만 해역 경유 안전 통항’ 구상은 전면 봉쇄 대신 선택적 통제를 통해 국제사회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자국 책임을 최소화하면서도 해상 통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절충안 성격이 짙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많다. 해당 해역 내 기뢰 제거 여부, 이스라엘 관련 선박 포함 여부, 그리고 미국의 수용 가능성 등이 모두 불확실하다. 미국은 이미 이란발 유조선에 대한 역봉쇄 조치를 시행 중이며, 양측 간 해상 통제 공방은 지속되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긴장 상태다. 국제해사기구는 해협 통행 제한이나 통행료 부과 움직임에 대해 국제 해양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고해왔다. 해상 교통의 자유 원칙이 흔들릴 경우 글로벌 물류 체계 전반에 장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결국 이란의 이번 메시지는 단순한 입장 번복이 아니라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유연성을 결합한 협상 전략으로 해석된다. 강경 발언으로 긴장을 극대화한 뒤 제한적 완화 조치를 제시하며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다.
향후 미국의 대응과 추가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질서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 흐름이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