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만 3370만 건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하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 성별·지역·출생 연도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주민등록번호가 공공·민간 전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대규모 유출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는 30일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변경 신청이 1914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7년 799건을 기록한 이후 한동안 500~600건 수준이었다가 2020년 1127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1986건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다. 올해 처음으로 20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는 전체 13자리 중 생년월일과 성별을 제외한 뒤쪽 6자리를 임의 번호로 바꾸는 방식이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 “번호 변경 규정이 없는 것은 헌법 불합치”라고 판단한 뒤 2017년 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변경 신청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신체·재산상 피해가 발생했거나 그 우려가 있는 경우 가능하다.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가 접수된 신청을 심사·의결하며, 지금까지 심사가 끝난 1만 5489건 가운데 7658건(72.6%)이 변경을 허가받았다.
신청 사유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보이스피싱 피해로 전체의 49.1%를 차지한다. 이어 사기·해킹 등 기타 사유가 23.3%, 신분 도용 10.6%, 폭력 7.9%, 상해·협박 4.8%, 성폭력 2.6% 순으로 나타났다.
쿠팡에서 3370만 명의 고객 정보가 노출된 이번 사고는 유출 규모가 처음 발표된 4500건에서 11일 만에 사실상 모든 계정으로 확대된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국내 성인 인구 네 명 중 세 명의 정보가 포함되는 수준으로, 사실상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유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민등록번호가 과도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신원 확인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구조가 문제라고 강조한다. 문송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7자리는 개별 의미가 부여된 해석 가능한 번호여서 해커에게는 만능열쇠가 된다”며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자체를 폐지하거나 뒷자리를 완전한 임의(random) 번호 체계로 전환해야 장기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