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현재 비트코인은 7만 달러 선을 유지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술 지형 아래에서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즉각 붕괴” 가능성은 낮지만, 구조적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자컴퓨터가 위협하는 핵심은 비트코인의 기반인 공개키 암호체계다. 현재 비트코인은 타원곡선 디지털서명(ECDSA)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고전 컴퓨터로는 사실상 해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양자컴퓨터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쇼어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키 역산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문제는 시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천~수만 개 수준의 오류보정 큐비트가 확보돼야 실질적 위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 경우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로 전망된다. 반면 기술 발전이 비선형적으로 가속될 가능성과 국가 주도의 비공개 연구를 감안하면 더 이른 시점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이 맞선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지금 당장의 위협’이 따로 존재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른바 ‘하베스트 나우, 디크립트 레이터(HNDL)’ 전략이다. 공격자가 현재는 해독할 수 없는 데이터를 대량 수집한 뒤, 미래의 양자컴퓨터로 이를 복호화하는 방식이다. 금융 거래 기록, 인증 데이터, 통신 정보 등이 장기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양자내성암호(PQC) 전환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요 금융기관과 인프라 사업자들의 도입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시스템 교체 비용과 호환성 문제로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 이른바 ‘암호화 부채’가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다.
비트코인 자체의 생존 가능성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열려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양자내성 서명 알고리즘으로의 하드포크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네트워크 합의가 이뤄질 경우 체계 변경도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과 ‘신뢰’다.
시장에서는 기술적 붕괴보다 심리적 충격이 더 빠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로 단 하나의 성공 사례나 구체적 위협 신호가 확인될 경우 투자자 신뢰가 급격히 훼손되면서 유동성이 먼저 증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가상자산뿐 아니라 결제망, 인증체계 등 기존 금융 시스템에도 연쇄적인 신용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양자컴퓨터가 금융 시스템을 “사라지게” 만들 가능성은 낮다. 대신 기존 시스템을 강제로 진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핵심 변수는 기술 완성 시점이 아니라, 그 전에 이뤄질 방어 체계 전환 속도다.
금융의 본질이 신뢰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자컴퓨터는 단순한 기술 위협이 아니라 ‘신뢰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기술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포가 현실이 되기 전에 시장과 제도가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