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한 직후 가장 흔히 나오는 질문은 “이제 계약서만 마무리하면 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계약 체결 이후부터가 오히려 본격적인 시작으로 평가된다. 투자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곧바로 투자금이 납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금 지급 전 반드시 충족해야 할 조건들이 존재하는데, 바로 ‘선행조건’과 ‘진술 및 보장’이다. 이 두 조항은 계약서 앞부분에 위치하지만 실제로는 거래 성사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장치로 작용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통상 상환권, 전환권, 우선권, 동의권 등 투자자의 권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 거래 지연이나 분쟁은 선행조건과 진술 및 보장 조항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행조건은 투자자가 자금을 납입하기 전에 반드시 충족돼야 하는 요건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언제 돈을 넣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신주인수계약은 계약 체결 이후에도 거래 종결(클로징)까지 일정한 점검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절차적 유효성과 실질적 상태를 확인하며, 선행조건은 이 단계에서의 마지막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선행조건은 크게 절차적 조건과 실체적 조건으로 나뉜다. 절차적 조건에는 이사회 및 주주총회 결의, 정관 변경, 기존 투자자 동의, 인허가 취득 등이 포함된다. 반면 실체적 조건은 회사의 재무 상태, 핵심 인력 유지 여부, 지식재산권 귀속, 계약 유지 상태 등 실질적 요소를 점검하는 내용이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절차적 요건은 복잡해지고, 실체적 요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선행조건이 명확할 경우 회사는 준비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모호할 경우 투자자에 의해 거래가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진술 및 보장은 선행조건과 달리 회사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는 회사를 직접 경영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통해 회사의 법적·재무적 상태를 확인한다.
주요 내용은 회사의 적법한 설립 여부, 계약 체결 권한, 지분 구조의 정확성, 재무제표의 신뢰성, 숨은 부채 존재 여부, 소송 및 법령 위반 여부, 지식재산권 귀속 등이다.
진술 및 보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먼저 정보 비대칭을 해소한다. 회사 내부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창업자와 투자자 간 격차를 줄여준다.
또 리스크를 배분하는 기준이 된다. 어떤 위험은 회사가 부담하고, 어떤 위험은 투자자가 인지한 상태에서 수용하는지 구분된다.
마지막으로 법적 책임의 기준을 제공한다. 진술이 사실과 다를 경우 투자자는 클로징을 거부할 수 있고, 거래 완료 이후에는 손해배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개목록’의 역할도 중요하다. 회사가 모든 사항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는 만큼, 특정 리스크를 사전에 공개하고 예외로 설정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사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실무에서 논란이 되는 ‘샌드배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투자자가 문제를 인지하고도 거래를 진행한 뒤 사후에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진술 및 보장 문언이 명확한 경우 이를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계약 문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선행조건과 진술 및 보장은 별개의 조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대부분의 투자계약에서 투자자의 납입 의무는 단순한 기일 도래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진술 및 보장이 거래 종결 시점에도 정확할 것, 선행조건이 충족될 것 등의 요건이 함께 충족돼야 한다. 따라서 진술이 허위일 경우 손해배상뿐 아니라 투자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결국 신주인수계약은 단순한 자금 조달 계약이 아니라 새로운 주주를 맞이하는 과정이다. 선행조건은 투자금 지급 전 회사가 갖춰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진술 및 보장은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되는 회사 상태에 대한 책임 범위를 규정한다.
이 두 조항이 명확하게 설계될수록 투자자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집행할 수 있고, 기업 역시 준비해야 할 사항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 반대로 조항이 अस्पष्ट할 경우 투자 이후에도 분쟁 가능성은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