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횟집 메뉴판을 비교하면 흥미로운 가격 역전이 나타난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대접을 받는 참돔은 일본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 횟감인 광어는 일본에서 고급 흰살생선으로 취급된다.
같은 생선의 가치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달라지는 이유는 맛의 차이보다 생산량과 식문화, 유통 방식에 있다.
일본에서 참돔은 ‘생선의 왕’으로 불리지만 반드시 희귀한 생선은 아니다. 결혼식과 입학, 장수 축하 등 경사스러운 날에 빠지지 않는 상징적인 어종인 동시에 대규모 양식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생활형 수산물이기도 하다.
일본의 참돔 양식 생산량은 연간 6만 톤을 웃도는 수준이다. 2022년 생산량만 6만8088톤에 달했다. 양식 넙치 생산량 1842톤과 비교하면 약 37배다. 에히메와 구마모토, 미에, 고치, 나가사키 등 서일본을 중심으로 대규모 양식 기반이 구축돼 있다.
공급량이 많으니 참돔이라는 이름이 가진 문화적 위상과 실제 판매가격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일본 슈퍼마켓에서는 양식 참돔 회와 초밥, 구이용 토막을 일상적으로 판매한다. 자연산 대형 참돔이나 산지·숙성 방식이 특별한 상품은 비싸지만, 일반 양식 참돔은 대중적인 선택지에 가깝다.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한국 횟집의 중심은 오랫동안 광어와 우럭이었다. 참돔도 국내에서 양식하지만 광어만큼 생산 기반과 소비층이 넓지 않다. 일본산 활참돔 수입도 시장을 지탱한다. 활어 운송비와 수조 관리비, 폐사 위험, 횟집 유통비가 붙으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올라간다.
한국인이 붉은색 어종에 부여하는 외형적 고급 이미지도 영향을 미쳤다. 참돔은 광어보다 크고 색이 화려해 잔칫상과 고급 모둠회, 개업식 등에 어울리는 생선으로 인식됐다. 한국에서 ‘도미’라는 명칭은 실제 어종을 넘어 고급 생선의 상징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광어는 반대다. 한국은 세계적인 넙치 양식 생산국이다. 2024년 국내 넙치 생산량은 약 4만 톤에 달했다. 제주를 중심으로 완도와 여수 등지에 종묘 생산부터 육성, 사료, 활어 운송, 가공과 수출을 연결하는 산업 기반이 형성돼 있다.
대량생산과 촘촘한 활어 유통망은 광어 가격을 대중적인 수준으로 낮췄다. 한국에서는 동네 횟집과 배달 전문점,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어 광어가 ‘국민 횟감’으로 자리 잡았다. 생산량이 많고 소비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수조에 오래 보관하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일본에서는 넙치인 히라메의 위치가 다르다. 일본의 양식 넙치 생산량은 한국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연산 넙치도 어획량이 제한적이고 산지와 계절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특히 겨울철 살이 오른 ‘한비라메’는 고급 식재료로 평가된다.
일본 요리에서 넙치는 복어, 도미 등과 함께 담백한 흰살생선의 섬세한 맛을 즐기는 재료다. 얇게 썬 회와 스시, 다시마 숙성인 곤부지메 등에 사용되며 지느러미 부위인 엔가와도 별도 상품성을 갖는다. 단순히 양이 많은 횟감보다 결이 곱고 숙성에 적합한 고급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한국산 광어가 일본 시장에 들어가도 한국에서처럼 값싼 생선으로만 팔리는 것은 아니다. 활어 또는 선어 상태로 운송한 뒤 일본의 도매시장과 전문 유통업체, 스시집을 거치면서 운송·검역·보관·가공 비용이 붙는다. 일본 온라인 업소용 시장에서는 한국산 양식 광어가 ㎏당 4000엔을 웃도는 사례도 확인된다.
결국 생선 가격은 희소성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어느 나라가 많이 생산하는지, 소비자가 어떤 요리에 사용하는지, 활어로 운송하는지 선어로 유통하는지, 슈퍼마켓에서 팔리는지 고급 음식점에서 소비되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한국은 광어를 대량으로 길러 회로 빠르게 소비하는 시장을 만들었다. 일본은 참돔을 대량 양식해 일상식으로 소비하면서도 광어에는 계절성과 고급 흰살생선이라는 가치를 부여했다. 한국에서 참돔이 광어보다 비싸고 일본에서 광어가 참돔보다 비싸지는 현상은 생선 자체의 우열이 아니라 양국이 서로 다른 수산업과 음식문화를 발전시킨 결과다.
다만 모든 시장과 시기에 같은 가격 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산과 양식산, 크기와 산지, 제철 여부, 환율과 폐사율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비교해야 할 것은 생선 이름 하나가 아니라 동일한 크기와 생산 방식, 유통 상태다. ‘한국에서는 비싼데 일본에서는 싸다’는 가격표 뒤에는 각 나라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생산과 소비의 논리가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