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걷어내고 자연을 돌려줬다…양재천 개발이 성공한 이유

서울 양재천은 도시 개발로 훼손된 하천을 생태·휴식·방재 공간으로 되살린 대표적인 도심 하천 복원 사례다. 성공의 핵심은 하천 주변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수질 개선과 생태계 회복, 주민 이용, 지속적인 관리를 하나의 사업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양재천은 관악산과 청계산 일대에서 시작해 과천과 서울 서초구·강남구를 지나 탄천으로 흘러간다. 1960년대 이후 제방과 호안이 설치되고 1970년대 강남 개발 과정에서 하천이 직선화됐다. 콘크리트 제방이 들어서면서 홍수 조절 기능은 강화됐지만 자연적인 물길과 서식 공간은 크게 줄었다.

생활하수와 오염물질까지 유입되면서 1990년대 초 양재천은 악취가 나는 오염 하천으로 전락했다. 당시 일부 구간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인 BOD가 평균 15㎎/L 수준에 이르렀다는 조사도 있다. 물고기와 수생식물이 살기 어려웠고 하천 주변에는 쓰레기가 쌓였다.

강남구는 1995년 전문가 자문과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양재천 공원화 및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에 착수했다. 초기에는 수질 정화와 하천 정비에 집중하고 이후 둔치 녹화, 습지 조성, 자연형 호안 설치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했다.

첫 번째 성공 요인은 개발 목표를 ‘공원 조성’보다 ‘하천 기능 회복’에 둔 것이다. 콘크리트로 물길을 고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돌과 자갈, 흙, 수생식물을 활용했다. 하천 가장자리에는 갈대와 물억새 등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유속과 수심이 서로 다른 구간을 조성해 생물 서식 조건을 다양화했다.

수질 개선을 우선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오염된 물이 그대로 흐르는 상황에서 산책로와 조경시설만 설치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다. 양재천에서는 하수와 빗물이 섞여 들어오는 오염원을 줄이고 자갈과 미생물을 이용한 수질 정화 방식을 시험했다. 유지용수를 확보해 건기에도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한 조치도 생태계 유지에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는 자연과 사람의 공간을 무리하게 분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천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징검다리, 휴식 공간이 마련됐지만 일부 구간은 식생과 야생동물의 서식처로 남겨뒀다.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하천을 이용하면서 복원의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주민 이용이 늘자 하천 관리에 대한 관심과 감시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세 번째는 단기간의 토목공사로 끝내지 않고 장기간 관리했다는 점이다. 생태하천은 공사가 끝난 순간 완성되는 시설이 아니다. 홍수와 가뭄, 토사 퇴적, 외래식물 확산 등에 따라 환경이 계속 달라진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식생 정비와 수질 관리, 수해 복구를 이어가며 하천 상태를 보완해 왔다.

학술 조사에서도 복원 구간은 비복원 구간보다 식물 종수와 다양성이 높게 나타났다. 복원 초기의 황무지성 식물 중심 환경이 시간이 지나면서 갈대와 물억새 등 다년생 식물 중심의 비교적 안정된 식생으로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양재천이 단순히 보기 좋은 공원이 아니라 실제 생태계가 회복된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 근거다.

재해 이후에도 콘크리트를 대규모로 덧씌우기보다 하천 식물을 활용하는 방식이 이어졌다. 서초구는 2022년 집중호우로 훼손된 구간에 물억새 등 하천 환경에 맞는 식물을 심어 토양 지지력을 높이고 자연 회복을 유도했다. 이 사업은 2024년 영국 비영리 환경단체가 주관하는 그린월드어워즈에서 은상을 받았다.

양재천의 성공에는 주변 주거지역과 업무지구라는 입지 조건도 작용했다. 접근성이 좋고 이용 인구가 많아 공공투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다. 벚꽃길과 산책로, 자전거도로가 생활권과 연결되면서 양재천은 특정 계절에만 방문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주민이 매일 이용하는 생활 기반시설이 됐다.

다만 양재천을 완전히 자연 상태로 돌아간 하천으로 보기는 어렵다. 유지용수 공급과 인공적인 식생 관리가 필요하고, 많은 이용객이 야생동물 서식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별 관리 방식이 달라 상류와 하류를 하나의 생태계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양재천은 도시하천 개발의 성패가 조형물이나 상업시설의 규모에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깨끗한 물을 확보하고 자연적인 물길과 서식지를 복원한 뒤 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양재천의 진짜 경쟁력은 ‘개발한 하천’이 아니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관리한 하천’이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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