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고’는 사라졌지만 기술은 살아남았다…실패로 끝나지 않은 10년의 실험

번뜩이던 ‘Amazon Go’ 간판이 사라졌다. 문을 닫은 매장 앞을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친다. 계산대도, 계산원도 없이 물건을 집어 들고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되던 미래형 매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마존은 2026년 1월 미국 내 아마존 고와 아마존 프레시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하거나 일부 매장을 홀푸드마켓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 시애틀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첫 시험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10년 만이다. 일반 고객에게 문을 연 것은 2018년이었다.

아마존 고는 출범 당시 ‘미래 유통매장의 완성형’으로 평가받았다. 매장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진열대 센서,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기술이 고객과 상품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는지도 인식해 최종 구매 목록을 작성했다.

당시에는 기존에 수십 명이 필요했던 매장을 10명 안팎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유통업계 종사자들을 긴장시켰다. 다만 ‘80명이 필요한 매장을 10명이 운영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수치는 아마존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인력 절감 효과라기보다 시장에서 확산한 전망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매장 폐쇄는 프로젝트의 실패를 의미할까.

아마존 고라는 매장 사업만 놓고 보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아마존도 대규모 확장에 필요한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적절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카메라와 센서 설치 비용, 매장 구조 변경, 유지·관리 부담이 컸고 일반 편의점보다 압도적으로 싼 가격이나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지도 못했다.

계산대가 없다는 편리함만으로 소비자의 구매 습관 전체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형 식료품점에서는 고객들이 구매 금액과 할인 내역을 쇼핑 도중 확인하기 원했다. 아마존이 미국 아마존 프레시 매장에서 ‘저스트 워크 아웃’ 대신 화면이 달린 스마트카트인 ‘대시 카트’를 확대했던 이유다.

그러나 기술 프로젝트까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아마존에 따르면 아마존 고에서 개발한 무인결제 시스템 ‘저스트 워크 아웃’은 현재 5개국 360곳 이상의 외부 사업장에 적용됐다. 경기장과 공항, 병원, 대학, 놀이공원, 기업 구내매점처럼 고객이 적은 수의 상품을 빠르게 구입하는 공간이 주요 시장이다. 북미 지역 아마존 물류센터 40곳 이상의 휴게공간에도 도입됐다.

기술 역시 초기 형태에 머물지 않았다. 카메라와 진열대 무게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정보를 동시에 분석하는 복합 AI 모델로 발전했다. 의류와 기념품 판매장에서는 상품에 부착한 전자태그를 활용하는 이동식 무인결제 통로도 시험하고 있다.

결국 아마존 고는 하나의 소매 브랜드로는 퇴장했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거대한 실험실 역할을 수행했다. 매장은 사라졌지만 그 안에서 축적된 기술은 다른 기업과 시설에 판매되는 서비스가 됐다.

아마존은 오랫동안 시도와 실패, 재도전을 혁신의 과정으로 강조해 왔다. 모든 실험이 독립적인 사업으로 살아남아야 성공인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실패한 매장에서 쓸 만한 기술을 분리해 새로운 시장으로 보내는 것도 혁신의 한 방식이다.

아마존 고의 폐점이 남긴 결론은 분명하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매장이 반드시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매장은 아니다. 사람을 줄이는 기술만으로 유통업의 미래를 만들 수도 없다. 가격과 상품, 입지, 운영비, 고객 경험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간판은 지워졌고 문은 닫혔다. 하지만 그곳에서 시작된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아마존 고는 실패한 미래라기보다 미래가 현실과 충돌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준 10년간의 실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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