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밤거리는 불야성인데 한국은 조기 폐점”…해법은 노동법 완화보다 ‘야간 일자리 재설계’

일본 도쿄의 신주쿠·시부야·우에노에서는 자정 이후에도 음식점과 주점, 편의점이 영업을 이어간다. 반면 한국에서는 인건비와 구인난을 견디지 못해 영업시간을 줄이는 음식점과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의 밤문화가 주 52시간제와 야간근로 규제에 갇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의 밤문화가 노동법과 무관하게 운영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일본도 법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 제한, 심야근로 가산수당을 적용한다.

일본 노동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근무하면 통상임금의 25% 이상을 가산해야 한다. 시간외 근로와 심야근로가 겹치면 각각의 가산율도 함께 적용된다.

한국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에 노사 합의에 따른 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한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의 야간근로에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다.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규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한국의 야간 영업이 위축되는 원인은 근로시간 규제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본보다 높은 야간 가산 부담, 짧은 시간대에 집중되는 매출, 심야 교통 부족, 근무 기피, 영세 자영업자의 낮은 지급 능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원 한 명이 하루 종일 일해야 운영되는 기존 방식도 더는 지속하기 어렵다.

일본 역시 외식·숙박업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숙박·음식서비스업에서 노동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중소 사업장의 인력 부족이 구조화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심야 영업은 규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교대근무, 단시간 아르바이트, 외국인 고용, 무인 주문과 자동화 설비를 결합해 유지되는 측면이 크다.

한국도 일률적인 노동시간 확대보다 야간 서비스업에 적합한 별도 인력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근로자의 건강권과 야간수당을 보장하면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까지 근무하는 초단기 야간 일자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복잡한 근로계약과 임금 계산을 표준화해 소상공인의 행정 부담도 줄여야 한다.

외국인력 활용 범위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일본은 특정기능 체류자격을 통해 외식업 분야에서 외국인력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 역시 음식점업 인력 배정을 단순 확대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한국어 교육, 숙소, 이직 관리와 권익 보호를 포함한 지역 단위 고용체계를 갖춰야 한다.

야간 대중교통과 안전 대책도 필요하다. 심야 근무자가 귀가할 교통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임금을 높여도 구인이 어렵다. 상권별 심야버스 확대, 공동 통근차량, 귀가 교통비 지원 등을 지방자치단체와 상인단체가 함께 추진할 수 있다.

무인 주문기와 서빙로봇, 자동 조리·세척 장비에 대한 지원도 영세업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독립 음식점이 공동구매나 임대 방식으로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저리 융자와 세액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음식점 및 주점업 취업자는 218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7.5%를 차지했다. 고용 규모가 큰 생활산업인 만큼 야간경제의 위축은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일자리와 관광 경쟁력에도 영향을 준다.

대책의 핵심은 노동법을 없애거나 무제한 장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 야간에 일할 사람에게 합당한 보상과 안전을 제공하고, 사업주에게는 교대제와 단시간 고용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일본 사례가 보여주는 것도 규제 부재가 아니라 인력 구성과 운영방식의 다양성이다.

한국의 밤을 다시 살리려면 주 52시간제만 탓할 것이 아니라 임금, 인력, 교통, 외국인 고용, 자동화를 묶은 ‘야간경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보호받지 못하는 밤샘 노동이 아니라 보호받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야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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