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은 일본도 물 부족 위험…‘유역 단위 통합관리’로 수자원 정책 전환

일본은 연평균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약 2배에 달하지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아니다. 높은 인구밀도와 국토의 지형적 특성, 계절별 강수량 편차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2025년판 일본의 수자원 현황’에 따르면 일본의 연평균 강수량은 약 1668㎜다. 그러나 국민 1인당 연간 강수 총량은 약 5000㎥로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1인당 수자원 부존량도 세계 평균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일본은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아 비가 내린 뒤 물이 짧은 시간 안에 바다로 흘러간다. 장마와 태풍 시기에는 물이 집중되지만 강수량이 적은 계절에는 하천 유량이 크게 감소한다. 수도권처럼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지역은 가뭄이 발생할 경우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공급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 기준 일본의 연간 물 사용량은 약 770억㎥다. 농업용수가 약 528억㎥로 전체의 68% 이상을 차지하고 생활용수는 144억㎥, 공업용수는 98억㎥ 정도다. 전체 사용량은 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 절수기기 보급으로 완만하게 줄고 있다.

일본 수자원 관리의 기본 단위는 행정구역이 아니라 하천 유역이다. 댐과 하천, 농업용수, 상수도, 하수도, 지하수, 산림을 하나의 순환체계로 보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농업 관계자, 주민이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24년 8월 새 수순환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유역종합수관리’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홍수 피해 최소화, 안정적인 물 이용, 수질과 생태환경 보전을 각각 추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세 분야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목적댐 운영에도 기상예측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면 미리 방류해 홍수조절 용량을 확보하고, 가뭄 가능성이 커지면 발전·농업·생활용수 간의 배분을 조정한다. 빗물 저장과 하수처리수 재이용, 지하수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노후화된 상하수도 시설이다. 일본의 수도 보급률은 2023년도 말 기준 98.2%에 달하지만 상당수 시설이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됐다. 법정 내용연수를 넘긴 수도관은 계속 늘고 있지만 교체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진 대응도 충분하지 않다. 2022년도 말 기준 주요 수도관 가운데 내진성을 확보한 비율은 42.3%, 정수시설 내진화율은 43.4%, 배수지 내진화율은 63.5%였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장기간 단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구 감소는 지방 수도사업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용자는 줄어도 광범위한 관로와 정수시설은 유지해야 한다. 국토교통성은 2050년도 수도요금 수입이 요금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2023년도의 약 2조3000억엔에서 약 1조8000억엔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인접 지방자치단체의 수도사업 통합, 상하수도 공동 관리, 시설 광역화와 민관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대규모 중앙집중형 시설만 고집하지 않고 소규모 분산형 정수시설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의 수자원 정책은 물을 많이 확보하는 개발 중심 단계에서 한정된 물과 노후 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폭우와 가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댐 건설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풍부한 강수량이 곧 안정적인 수자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사례는 물 관리의 핵심이 강수량 자체보다 저장·배분·재이용 능력과 노후 기반시설의 지속적인 관리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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