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가 된 삶의 골목…이화마을이 벽화를 지운 이유서울 동대문 일대에서 한양도성 낙산 구간을 따라 오르면 오래된 주택과 좁은 골목이 이어지는 종로구 이화동의 이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지금은 ‘이화벽화마을’로 널리 알려졌지만 원래부터 관광지는 아니었다. 낙산 성곽 아래 형성된 오래된 주거지역으로, 1958년에는 이 일대에 104가구 규모의 국민주택단지가 조성됐다. 일부 건축물은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있다.마을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은 2006년이다. 당시 문화관광부가 추진한 공공미술 시범사업 ‘아트인시티’의 하나로 ‘낙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68명의 작가가 참여해 벽화와 조형물 등 약 70개의 작품을 설치하면서 평범한 주거지역이 야외 미술관 같은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특히 계단을 활용한 해바라기 그림과 잉어 그림 등이 유명해졌다. 이후 TV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에 등장하면서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려드는 서울의 대표적인 벽화마을로 자리 잡았다.그러나 관광객 증가가 주민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됐다.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소음과 쓰레기, 무단 촬영 등 생활환경 침해 문제가 불거졌다. 관광객들이 실제 주민이 생활하는 주택과 골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갈등은 2016년 표면화됐다. 주민들이 마을의 대표 작품이었던 해바라기 계단과 잉어 계단을 회색 페인트로 덧칠해 지우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주민들은 관광객들의 소음과 낙서 등으로 생활에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이 때문에 이화마을을 상징했던 유명 작품 가운데 일부는 현재 사라진 상태다. 반면 골목 곳곳에는 여전히 벽화와 조형물, 예술공간이 남아 있다.이화마을의 변화는 도시재생과 관광 활성화가 반드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낙후된 주거지역에 예술을 입혀 관광객을 불러들였지만, 지나친 관광객 증가는 다시 주민들의 생활권을 위협하는 ‘오버투어리즘’ 문제로 이어졌다.이화마을은 지금도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주민들이 실제 생활하는 주거지역이다. 벽화보다 먼저 보아야 할 것은 골목 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주민들의 일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광명소가 된 삶의 골목…이화마을이 벽화를 지운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