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과 연동해 지급하기로 한 성과급을 놓고 주주단체가 양사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회사가 지급하는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인지,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한 이익 처분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민경권 대표는 19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단체의 주장을 담은 30쪽 분량의 법리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7월 22일 전영현·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특별성과급 재원은 노사가 정한 사업성과의 10.5%이며 지급률 상한을 두지 않았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 제도는 유지된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 산정된 성과급의 80%는 해당 연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구조다.
주주운동본부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정하는 방식이 통상적인 임금 지급을 넘어 회사 이익을 사후적으로 배분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익 처분에 해당한다면 노사 합의만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주주단체의 주장은 아직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정된 것이 아니다. 성과급이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에 따른 보수로 인정되면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자의적인 이익 처분으로 판단될 경우 경영진의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경영진의 임무 위배와 회사의 재산상 손해, 고의 등이 입증돼야 한다.
주주운동본부는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성과급 지급 방식 재논의와 이연 지급분 집행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성과 배분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려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사에 대규모 주주환원도 촉구했다. 삼성전자에는 170조원 이상, SK하이닉스에는 100조원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취득·소각 등의 방식으로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이사들을 상대로 추가적인 법적 절차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민 대표는 성과 보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이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고발인 진술과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성과급 협약의 법적 성격과 배임 혐의 성립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피고발인에 대한 고발이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인정된 것은 아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7.82% 내린 24만7500원, SK하이닉스는 9.75% 하락한 15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주가 하락을 이번 고발과 직접 연결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도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 속에 5.80% 급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