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8년 만의 최저…엔화예금 급증

Japanese yen notes and coins beneath foreign exchange rate displays

엔화가 18년 만에 가장 싸지자 예금자들이 움직였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7일 기준 1조1439억엔으로 집계됐다. 8월 말 1조827억엔에서 612억엔(약 5188억원) 늘어난 것으로, 한 달여 사이 증가율이 5.6%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대를 웃돌던 5월 말 9385억엔과 비교하면 2054억엔이 불었다. 환율이 내려갈 때마다 잔액이 계단식으로 쌓인 셈이다.

환율은 실제로 눌려 있다. 코스콤 집계로 12일 원/엔 환율은 한때 100엔당 838.88원까지 떨어져 2008년 1월 2일(833.40원) 이후 가장 낮았다. 8월 초만 해도 910원을 웃돌았으니 두 달여 만에 70원가량 빠진 것이다. 쌀 때 사두고 반등을 기다리는 이른바 ‘엔테크’ 수요가 몰린 배경이다.

엔화가 유별나게 약해진 것만은 아니다. 원화 강세가 환율을 끌어내린 쪽이 더 크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늘고,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가 함께 오르는 국면에서도 이 달러 매도가 원화 약세 압력을 흡수했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장중 1331.20원까지 내려왔다. 전월 말 종가와 비교한 하락폭은 7월 125.4원, 8월 55.4원, 9월 15.8원이었고 이달에도 13일까지 7.7원이 빠졌다. 6월 말 1550원에 육박했던 환율이 200원 넘게 낮아졌다.

엔화 쪽은 반등의 발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7월 말 미일 공조 개입 이후 엔/달러 환율은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재정 당국이 시장 개입의 준비 단계로 여겨지는 ‘레이트 체크(환율 점검)’를 실시했다는 관측이 나오며 156엔대까지 내려갔지만, 이달 들어 다시 158엔대로 올라섰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미일 금리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유가 상승이 일본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담이 엔화를 누르고 있다.

저가 매수가 환차익으로 이어질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한국 국내 언론들은 미일 양국의 재정 불안과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엔화가 급격한 강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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