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과 한국 코스닥은 모두 기술·성장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장이다. 그러나 시장 건전성을 유지하는 방식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나스닥은 상장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상장 유지 기준과 공시 의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코스닥은 기술특례상장 등 진입 통로는 빠르게 확대됐지만 부실기업의 퇴출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장 건전성은 지수가 오르는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기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지, 주가조작을 적발할 수 있는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 신속하게 퇴출되는지, 소액주주가 충분히 보호되는지가 핵심이다.
나스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감독을 받는 자율규제기관이다. 나스닥 자체 상장규정과 미국 증권법에 따라 기업의 재무 상태, 주가, 유통주식 수, 시가총액, 주주 수, 기업지배구조 등을 관리한다. 상장기업은 정기보고서뿐 아니라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항을 신속하게 공시해야 한다.
주가가 일정 기간 1달러 아래로 내려가거나 자기자본과 시가총액 등 상장 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개선 절차가 시작된다. 기업에 일정한 회복 기회를 주지만 개선에 실패하면 거래정지와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2026년에는 일부 기업에 적용되는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저유동성·초소형 종목에 대한 관리도 확대됐다.
시장감시 구조도 다층적이다. 나스닥이 실시간 거래를 감시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금융산업규제국 등이 공시 위반, 회계부정, 내부자거래와 시세조종을 조사한다. 여러 거래시장에 걸친 이상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체계도 구축돼 있다.
나스닥이 항상 안전한 시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자 상태의 바이오·기술기업이 다수 상장돼 있고 이른바 동전주에서는 급등락과 주가조작 위험이 반복된다. 기업이 상장 기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상당한 기간을 부여하기 때문에 부실기업이 즉시 퇴출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위험기업을 식별하고 제재·퇴출하는 규칙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코스닥도 한국거래소의 심사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다. 공시제도와 불공정거래 감시 체계를 갖추고 기술특례상장 기업에는 별도의 관리 기준을 적용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개인 단위 분석을 활용한 시장감시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상장기업 증가에 비해 퇴출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코스닥시장에는 1353개사가 진입했지만 퇴출된 기업은 415개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8.6배로 증가했지만 지수 상승은 1.6배 수준이었다. 기업 수와 시가총액 확대가 시장 전체의 질적 성장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상장폐지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거래정지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기업에는 회생 기회가 필요하지만 투자자는 자금을 장기간 회수하지 못한다. 부실기업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을 반복하며 연명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도 커진다.
정부는 이에 따라 상장폐지 실질심사 절차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줄이고 최대 심사 기간을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했다. 시가총액과 매출액 등 상장 유지 요건도 단계적으로 강화했다. 그 결과 코스닥 상장폐지 결정은 2023년 8건에서 2024년 20건, 2025년 38건으로 증가했다.
2026년에는 부실기업 집중관리, 상장폐지 요건 강화, 심사 절차 효율화를 골자로 한 추가 개혁도 추진되고 있다. 이는 코스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진입 확대뿐 아니라 퇴출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정책 판단에 따른 것이다.
두 시장의 차이는 단순히 미국과 한국의 규제 강도 차이로 설명하기 어렵다. 나스닥은 기관투자자와 전문 분석가, 공매도와 집단소송 제도 등 시장 외부의 감시 장치가 상대적으로 발달했다. 반면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고 기업 규모가 작은 종목이 많아 소문과 테마에 따른 급등락에 더욱 취약하다.
코스닥의 건전성을 높이려면 상장 문턱만 높여서는 안 된다. 성장기업의 자금조달 기회는 유지하되 허위공시와 회계부정, 반복적인 자금조달, 최대주주의 잦은 변경을 조기에 탐지해야 한다.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심사 기간도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고 퇴출기업 투자자의 피해를 줄일 장외거래와 정보공개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나스닥의 경쟁력은 유명 기술기업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받아들이되 기준을 지키지 못한 기업은 시장 밖으로 내보내는 순환 구조가 뒷받침됐다. 코스닥 역시 ‘얼마나 많은 기업을 상장시켰는가’보다 ‘상장 이후 기업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했는가’를 시장 평가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