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기린·삿포로·산토리 담합 혐의…긴자 조합 회의 뒤 ‘뒷모임’서 조율 정황
일본에서 맥주를 만드는 4개 대형 주류메이커들이 값을 미리 맞춰 올린 혐의로 당국의 강제조사를 받았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公正取引委員会)는 7일 오전 아사히맥주와 기린맥주, 삿포로맥주, 산토리 본사 등을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일제히 압수수색했다. 혐의는 도매업자에게 넘기는 출하가격의 인상 폭과 시기를 사전에 조율했다는 것이다. 맥주뿐 아니라 발포주와 제3의 맥주도 대상에 포함됐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조율이 이뤄진 장소는 업계 단체인 맥주주조조합의 도쿄 긴자 사무실이었다. 정확히는 그 회의가 끝난 뒤다. 월례 회의를 마치고 4개사의 회사 영업 담당자들이 비공식으로 따로 모여 가격 인상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인상 폭과 시기를 맞춰본 뒤 각자 회사로 돌아가 검토하고, 다음 회의에서 다시 조율했다. 공정위는 이런 과정이 오랜 기간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4개 사는는 2022년 10월과 지난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나란히 값을 올렸다. 모두 원재료 급등을 이유로 들었다.
공정위가 갑자기 움직인 것은 아니다. 일본 공정위은 지난달 2일 회견에서 원재료비와 물류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각 회사가 독자적으로 값을 올리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 행동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경쟁사와 가격이나 인상 시기를 상의하면 독점금지법 문제가 된다고 못 박았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상품의 담합에는 집중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였다.
점유율 9할, 식음료 첫 범칙조사
파장이 작지 않은 이유는 시장 규모에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맥주 시장에서 이들 회사의 점유율은 9할을 넘는다. 아사히가 40%대 초반, 기린이 20%대 초반, 삿포로와 산토리가 각각 10%대 중반이다. 연간 출하액은 1조엔을 넘으며, 발포주와 제3의 맥주까지 더한 맥주류 전체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조6800억엔 규모다.
이번 조사는 일반적인 현장검사가 아닌 ‘범칙조사’다. 국민 생활에 널리 영향을 미치는 악질적이고 중대한 사안에만 적용되며, 압수수색과 증거물 압수가 가능하다. 검찰 형사고발을 염두에 둔 절차이기도 하다. 식음료 분야에서 범칙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출하가격이 오르면 소매점과 음식점 가격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공정위가 다수 소비자와 얽힌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해 강제조사를 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NHK는 도쿄 시부야구 편의점을 돌며 350㎖ 캔맥주 값을 확인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모든 매장에서 아사히와 기린, 삿포로가 같은 값이었다. 산토리만 4~11엔 차이가 났을 뿐 전체적으로는 비슷했다.
한편 이번 의혹이 한국으로 수출되는 일본 맥주 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3월 아사히맥주 국내 판매가를 제품에 따라 8~20% 올리면서 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