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를 제도권 노동법 체계에 포함시키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보험업계가 강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보험설계사 대규모 인력에 대한 사회보험 비용과 노동법 적용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조 단위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근로기준법 개정과 함께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터기본법)’을 패키지로 추진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노동절인 5월 1일을 전후해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다. 해당 제도는 특정 개인이 사업을 위해 노동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사업주가 이를 반증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인정된다. 기존에는 노동자가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제도 도입 이후에는 사업주가 입증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보험업계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설계사에 대한 법적 지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보험설계사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 주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상 규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는 현재 대부분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있다. 보험사나 보험대리점(GA)과 위촉 계약을 맺고 판매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수입으로 받는 구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보험설계사는 약 65만1256명이다. 업계는 이 가운데 약 60% 수준인 40만명가량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을 약 338만원 수준으로 가정하면 사회보험 부담액만 연간 약 1조3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 사회보험 비용의 절반은 사업주가, 나머지 절반은 개인이 부담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보험사와 GA 모두 비용 증가 압박을 받게 된다.
추가적인 법률 비용 확대 가능성도 업계의 우려 요인이다.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나 과거 미지급 임금, 퇴직금 관련 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노무 관리 체계 구축에 따른 인건비와 행정 비용 증가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 현장에서도 제도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업무 특성상 영업시간이 유동적인데, 근로시간 규제가 적용될 경우 활동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설계사 개인에게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와 세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실질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말과 야간을 포함해 고객 상담과 영업 활동을 진행하는 기존 영업 방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이 근로자 추정제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과 설계사 모두 비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