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深圳·심천)은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상징하는 도시다.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 가운데 하나로 지정된 이후 제조업과 외국인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선전은 현재 정보통신,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드론, 금융산업을 아우르는 중국의 대표적인 첨단산업 도시로 자리 잡았다.
선전시 통계국이 발표한 2025년 국민경제·사회발전 통계공보에 따르면 선전의 2025년 지역내총생산(GDP)은 3조8731억80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1인당 GDP는 21만3763위안에 달했다. 2025년 말 상주인구는 1824만8500명으로 1년 사이 25만9000명 증가했다. 도시화율은 99.79%다.
선전의 발전은 1980년 경제특구 지정에서 출발한다. 홍콩과 맞닿은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중국 정부는 외국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고 시장경제 제도를 시험하는 창구로 선전을 선택했다. 이후 수출 제조업과 전자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국에서 노동력과 기업이 몰려들었다. 1990년에는 선전증권거래소가 설립되면서 금융산업도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초기 선전 경제를 이끈 것은 노동집약형 수출 제조업이었다. 홍콩과 해외 자본이 공장을 세우고 중국 내륙에서 대규모 노동력이 유입되면서 선전과 인접한 주강삼각주는 세계적인 전자제품 생산기지로 성장했다.
그러나 선전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제조업 도시에서 멈추지 않았다. 화웨이와 텐센트, DJI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들이 선전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통신장비와 인터넷, 드론, 스마트기기 분야의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배터리, 로봇, 반도체, AI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선전 경제의 특징은 첨단 제조업과 연구개발이 한 도시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제품 설계부터 부품 조달, 시제품 제작, 대량생산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진행할 수 있는 공급망이 형성되면서 세계적인 하드웨어 개발 거점으로 성장했다.
2026년 들어서도 선전은 AI와 로봇, 반도체 등 전략산업 육성을 강화하고 있다. 선전시장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AI·로봇·반도체 등을 포함한 전략산업이 선전 GDP의 43%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산업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산업구조 역시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도화됐다. 2025년 선전의 3차 산업 부가가치는 2조4221억22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6.3% 증가해 전체 GDP의 62.5%를 차지했다. 2차 산업은 1조4482억5400만 위안으로 전체의 37.4%였다.
선전의 발전에는 홍콩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홍콩의 자본과 국제금융 기능, 선전의 제조업과 기술산업이 결합하면서 두 도시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reater Bay Area)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홍콩 북부 개발 계획 역시 선전과의 경제·기술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선전의 도시 모습도 크게 변했다. 푸톈과 난산을 중심으로 초고층 업무지구가 형성됐고 지하철과 고속철도, 항만과 공항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구축됐다. 광밍과 난산 등에서는 과학기술 연구시설과 첨단산업단지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46년 전 경제특구라는 실험장에서 출발한 선전은 이제 중국 경제의 성장 방식 변화를 보여주는 도시가 됐다. 저임금 수출 제조업에서 시작해 전자·통신을 거쳐 AI와 로봇, 전기차와 첨단 제조업으로 산업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선전의 발전 과정은 중국 개혁·개방의 역사이자 중국 산업전환의 축소판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