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키산업이 외국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홋카이도 니세코와 나가노현 하쿠바 등 유명 스키장은 세계적인 겨울 휴양지로 성장했지만, 지역 주민에게 의존해 온 중소 스키장은 이용객 감소와 적설량 부족, 시설 노후화로 존폐 기로에 서 있다.
일본 스키산업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1993년 일본의 스키 인구는 약 1770만 명에 달했다. 당시 스키는 젊은 세대의 대표적인 겨울 여가활동이었고 전국적으로 스키장과 리프트, 숙박시설이 잇따라 들어섰다.
그러나 버블경제 붕괴 이후 시장은 빠르게 위축됐다. 일본생산성본부의 ‘레저백서 2025’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키 참여율은 2.9%, 스노보드 참여율은 1.4%에 머물렀다. 스키 참여자의 연간 평균 이용 횟수도 6.4회 수준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내국인 중심의 대중 스포츠라는 기반이 크게 약화한 셈이다.
현재 일본의 스키장 수를 하나의 기준으로 집계한 최신 공식 통계는 없지만,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비교 가능한 전국 약 300개 스키장을 조사한 결과 2024∼2025년 시즌 평균 영업일은 101.5일이었다. 전 시즌보다 0.7일 늘었고, 영업 기간이 길어진 스키장은 약 130곳이었다. 강설량이 비교적 많았던 지역과 외국인 수요가 집중된 스키장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성장의 중심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있다. 호주와 북미, 유럽은 물론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관광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니세코와 굿찬, 후라노, 하쿠바, 노자와온천, 유자와 등 주요 스키지역의 카드 소비를 분석한 결과 방문객의 약 80%, 소비액의 약 90%가 외국인에게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방문객은 전년 동기보다 40%, 소비액은 약 25% 증가했다.
나가노현 하쿠바촌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2024∼2025년 겨울철 방문객은 약 130만 명으로 전년보다 14% 증가했고, 지역 스키장 이용객은 연인원 89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약 46%를 차지했다. 니세코와 하쿠바에서는 고급 호텔과 콘도미니엄, 국제학교, 외국계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지역 부동산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이 찾지 않는 지방 스키장의 사정은 다르다. 내국인 이용객 감소와 고령화, 청년층의 자동차 이용 감소, 숙박형 여행에서 당일치기로 바뀐 소비 형태가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리프트와 곤돌라, 제설기, 압설차 등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수십 년 된 시설을 교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용객이 적은 공영·중소 스키장은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안전요원과 리프트 운전원, 제설·압설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기후변화는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 저지대와 서일본 스키장은 개장 시기가 늦어지고 폐장 시기는 빨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자연설에 의존하기 어려워지면서 인공제설기와 인공조설기를 도입하고 있지만 전력비와 용수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인공제설기도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일부 대형 스키장은 리프트권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휴양지와 비교하면 일본의 이용료가 여전히 낮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수요가 강한 지역에서는 고가 리프트권과 프리미엄 숙박상품이 정착하고 있지만, 내국인 가족에게는 교통비와 장비 대여료, 숙박비를 포함한 전체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일본 스키시장은 외국인이 몰리는 국제형 리조트와 주민·학생 수요에 의존하는 지역형 스키장으로 양극화하고 있다. 기업 도산 통계상 2024회계연도 스키장 운영업체의 법적 도산은 7년 만에 한 건도 없었지만, 경영난을 이유로 휴업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지원을 중단하는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도산 건수만으로 산업의 건전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일본 정부는 스키장을 지방 관광과 장기 체류 소비를 확대할 핵심 자원으로 보고 있다. 관광청은 2025년 국제 경쟁력이 높은 스노리조트 육성 대상으로 16개 지역을 선정했다. 리프트와 곤돌라 개보수, 신규 체험상품 개발, 외국어 안내, 교통망 개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스키장들도 겨울 장사에서 벗어나 사계절 산악리조트로 변신하고 있다. 여름철 곤돌라 운행과 산악자전거, 집라인, 트레킹, 캠핑, 전망대, 반려동물 관광 등을 결합해 연중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하쿠바 이와타케처럼 눈이 없는 계절의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성과를 낸 사례도 등장했다.
일본 스키산업의 과제는 외국인 특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주민과 내국인 가족, 청소년이 다시 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교통 접근성과 장비 대여, 강습, 숙박을 결합한 합리적인 상품과 노후시설 개선,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