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한때 온스당 316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선언 이후 급락세로 전환됐다. 현지시각 7일 기준 금 가격은 온스당 3000달러선까지 밀려났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던 금마저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현찰이 최고’라는 인식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금뿐 아니라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비트코인 역시 지난해 11월 9일 이후 처음으로 7만6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단숨에 6만9000달러에서 7만600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급격한 조정으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번 금값 하락은 일반적인 투자 심리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증시가 불안해지면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금값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글로벌 증시 폭락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투자자들이 금까지 매도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TV조선을 통해 “단기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하게 작용한 부분인 것 같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로 금으로 향하던 자금이 미국 국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020년 팬데믹 당시 발생했던 ‘러시 투 캐시(Rush to Cash)’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에도 주식·채권·금 등 자산을 가리지 않고 매도세가 일면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심화됐다.
실제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대비 금값은 g(그램)당 1.10% 하락한 14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금 시세도 0.43% 내린 14만2470원을 기록했다. 금 관련 ETF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은 1.48%,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H)은 2.67%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증시와 비교하면 금 가격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같은 날 코스피는 5.57% 급락해 2333.63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5.25% 내린 651.30으로 마감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7.29%, 홍콩 항셍지수는 11.67%, 일본 닛케이225는 7.83%, 인도 센섹스는 4.29% 하락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앞에는 여전히 골드바 광고판이 설치돼 있지만, ‘안전자산’이라는 금의 이미지마저 흔들리는 시장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