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미아리 텍사스촌’이 본격적인 재개발 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성착취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공백 상태인 반면, 성매매 업소 운영자인 포주들은 합법적으로 이주보상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합법과 불법이 교차하는 기묘한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역설’에 대해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2023년 11월부터 시작된 미아리 텍사스촌 재개발 과정에서 주민등록이 돼 있는 거주자에게는 감정평가를 거쳐 이사비 2000만~5000만원이 지급됐다. 이 중 상당수가 불법 성매매 업소 운영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성을 착취해온 가해자라는 사실과는 무관하게, 현행법상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공간에서 수년간 성착취에 노출돼온 여종사자들은 포주의 사업장 종사자라는 이유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어떤 형태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성북구청은 여종사자들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상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가해자는 돈을 받고 떠나고, 피해자는 아무런 도움도 없이 사각지대에 놓이는 상황은 재개발이 단지 도시미관 개선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기반은 존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성매매피해자보호법」 제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성매매 피해자 보호와 자활을 위한 제도적·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성북구 역시 「성매매 예방 및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거의 편성되지 않은 상태로, 실질적인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피해자 지원 예산은 2023년 181억여원에서 2024년 172억여원으로 감축됐으며, 성북구청은 해당 조례 이행을 위한 예산 편성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 여종사자를 위한 지원시설 4곳이 문을 닫았지만 정부는 예산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여성인권센터 ‘보다’의 이하영 소장은 “성북구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현실적인 예산 배정이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되고 있다”며 “기존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만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성매매가 불법으로 규정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도와 예산은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의 외형은 바뀌지만, 인권의 기준은 제자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문제는 도시개발을 단순한 건축 사업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