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쌀값 급등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과 일본 방문 한국인을 중심으로 ‘한국쌀 쇼핑’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산 쌀이 일본보다 3배 가까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공항에서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발급받고 10㎏ 이상 쌀을 들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3월 한국산 쌀에 대한 수출식물검역증명서 발급 물량은 1250㎏으로, 전년 동월 16㎏ 대비 7712.5% 증가했다. 발급 건수도 6건에서 119건으로 크게 늘었다. 검역증명서 발급 물량과 건수는 지난해 8월부터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 1~3월 누계 기준으로 193건(1855㎏)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수치(174건, 1310㎏)를 초과했다.
일본은 2018년 10월부터 쌀을 포함한 식물 반입 시 수출국에서 검역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일본으로 쌀을 가져가려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해당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며, 수수료는 없다. 증명서가 없을 경우 일본 세관에서 해당 쌀은 폐기 또는 반송 조치된다.
검역본부는 증명서 신청자의 국적을 명시하지 않지만, 대부분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또는 일본 거주 한국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무거운 쌀을 직접 휴대할 정도로 일본 내 쌀값 상승 압박을 실감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일본 내 슈퍼에서 판매된 쌀 5㎏의 평균 가격은 4214엔(약 4만2180원)으로 1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20㎏ 기준으로는 약 16만8800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국 내 같은 기준 가격은 5만5388원으로,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본 쌀값 상승의 원인으로는 2023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따른 벼 작황 부진, 외국인 관광객 증가, 사재기와 투기 심리, 엔화 약세로 인한 생산비 상승, 벼 재배면적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한국쌀의 일본 수입이 본격화되지 않는 이유는 관세 장벽 때문이다. 일본은 쌀 시장 보호를 위해 1㎏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수입쌀은 유통마진과 함께 현지 쌀보다 비싸질 수 있다. 현재 일본은 WTO 저율관세할당제도(TRQ)를 통해 연간 77만t의 쌀을 무관세로 의무 수입하고 있으며, 그 외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쌀이 도매 가격에 관세와 유통비, 마진까지 더해지면 일본 내 가격경쟁력이 약해진다”며 “이 때문에 일본 수입업자들은 아직 한국쌀 정식 수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