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의 핵심으로 불리던 철강, 배터리, 석유화학 산업이 복합적인 악재 속에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이어 미국의 관세 압박까지 겹치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급락하고,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자산 기준 100대 제조사의 2024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철강·배터리·석유화학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은 약 2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줄었다. 업종별로 배터리는 97.5%, 석유화학은 64.5%, 철강은 46.4% 감소해 전체 업종 중 영업이익 감소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100대 제조사 전체 평균 영업이익이 79.1% 증가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다.
ROE(자기자본이익률) 지표도 하락세다. 석유화학 업종이 전년 대비 –8.5%포인트, 배터리 –6.2%포인트, 철강 –4.9%포인트를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와 함께 투자 매력도도 낮아지고 있다. 자본집약 산업 특성상 ROE 장기 하락은 추가 투자유치 실패와 구조조정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산업 위기는 기업 현장에서 고스란히 감지된다. 경북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은 지난해 11월 폐쇄됐다. 선재코일을 연간 70만 t 생산하던 이 공장은 외환위기조차 버텨낸 현장이었지만, 이번에는 중국산 저가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이중 압박에 결국 문을 닫았다. 이 공장에서 40년 넘게 근무한 A씨는 “마지막 출하를 보며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항과 더불어 여수 석유화학단지 등도 침체 조짐이 뚜렷하다. 전방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이들 기반 산업의 위기는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