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대만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정부가 검토 중인 반도체 및 관련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관세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하고,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자제를 요구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미 상무부가 수입 반도체와 제조장비 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한 주요국 정부와 기업들이 총 206건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의견서를 통해 “한국과 미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로직칩, 제조장비 등을 주고받으며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관세가 이런 협력 관계를 훼손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이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필수적인 한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DRAM 공급을 고려해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역시 “어떤 국가도 반도체 가치사슬을 독자적으로 완성할 수 없다”며 “관세 부과는 결국 미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미국과 협력하고 있지만, 제조장비나 소재 등 분야의 관세 조치는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정부도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임을 강조하며, 반도체 제조 투자 기업들에 대해 관세 예외 조치를 요구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TSMC는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이 추가 관세와 규제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은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확대해 보호무역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번 조치가 WTO 규정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의 일방적 관세 조치는 공급망 불안을 초래하고 무역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내에서도 산업계의 우려가 높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반도체와 관련 제품에 대한 일률적 관세는 미국 내 생산비용을 크게 늘릴 위험이 있다”며 관세 도입 시 저율관세할당(TRQ) 등 완화 방안 도입을 요구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도 미국 내에서 확보가 어려운 소재 및 장비 등은 예외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도 관세로 자동차 생산 비용이 증가해 미국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반도체가 포함된 다른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는 “디스플레이 모듈 내 반도체 비중이 작고 첨단이 아닌 범용 기술이어서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큐셀은 태양광용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이 반도체 제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한 해석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