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기준, 미국 제조업 고용지도는 기존 산업 구조의 상식을 깨고 있다. 인구 규모가 작은 위스콘신주(인구 20위)는 제조업 종사자 46만 명으로 캘리포니아(120만 명), 텍사스(97만 명), 오하이오(69만 명)에 이은 제조업 강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인구가 곧 산업력’이라는 전통적 상식을 정면으로 뒤엎는 현상이다.
이러한 고용지형 변화는 단순 통계가 아니라, 20세기 중후반 형성된 미국 제조업 공급망의 기억(industrial memory)과 최근 4년간 본격화된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이 겹쳐 만든 지층이다. 서부와 산악지대의 한랭색은 생활비와 토지 비용 부담을 시각화하며, 오대호 연안과 남동부 지역의 따뜻한 색조는 정부 지원금, 노조 조직률, 그리고 물류망 우위를 나타낸다.
제조업 지도의 불균형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전력 단가와 전력망(grid)의 안정성이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CHIPS법 통과 이후 신규 제조시설 투자의 72%가 킬로와트시(kWh)당 전기료 7센트 이하 지역에 집중됐다. 이는 과거 제조업을 결정했던 ‘강철과 노동’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전력·데이터·탄소’라는 새로운 3대 지표가 산업 입지를 좌우하고 있음을 뜻한다.
미국 제조업의 현재 지형에서 동부 지역은 고숙련 인재와 우수한 대학 R&D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전력망 노후화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남동부는 저렴한 전기료가 강점이나 전력 수급 예측성이 부족하다. 중서부는 두 가지 요소를 절충할 수 있으나 인구 고령화로 숙련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현재의 제조업 지도는 과거 생산성보다 미래의 전력망 설계도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책적 딜레마도 나타난다. 자동화가 제조업 고용구조를 바꾸는 가운데, 전미 평균 로봇 밀도(1만 명당 228대)를 초과한 주에서는 전체 일자리 수가 오히려 증가했지만, 로봇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중위 숙련 일자리의 소멸이 급속히 진행됐다. 또한, 일부 남동부 주는 설비투자 대비 세제지원 비율이 35%를 넘어 토지와 주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산업 유치 효과를 스스로 잠식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그리드 정책 불협화음도 심각해, 주(州)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도 연방 차원의 송전 프로젝트 인허가 지연으로 제조 클러스터가 고립될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에너지-노동 동합권역(Energy-Labor Convergence Zones)’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연방정부가 송전 및 그리드 프로젝트를 직접 주도하고, 각 주는 숙련 인력 모빌리티를 촉진하기 위해 5년간 주거·교육·의료 부문에서 세액공제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즉, 전력망 구축과 인재 흐름을 하나의 통합 정책 패키지로 접근해야 제조업 부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본질적 전환을 강조하며, “공장이 생산하는 것은 단순 제품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라고 지적한다. 전력과 데이터, 인력을 하나의 혈관처럼 연결하는 이 같은 ‘새로운 제조 주조(鑄造)’야말로 ‘메이드 인 USA’ 부활의 진정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