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기술적 자립을 이루고 국제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권적 기술’이 최근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주권적 기술이란, 특정 국가가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공진화할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기술이 마치 생물처럼 진화하는 생태계 내에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전쟁은 주권적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의 진입을 철저히 차단하며 패권적 기술을 지키려 한다. 그러나 중국 역시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 강력한 주권적 기술을 확보해 미국에 맞서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주권은 단지 기술 자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다른 국가의 기술 패권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의 이차전지 분야는 대표적 주권적 기술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과 생산 능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며,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핵심 생태계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협력과 경쟁의 대상으로 작용하며, 국가 간 기술 경쟁에서 한국의 전략적 지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주권적 기술 확보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기술은 생태계에서 진화를 거듭해야 하며, 한 번의 성취에 안주하는 순간 도태되기 때문이다.
결국, 주권적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는 국가는 기술 패권자의 전략적 압력과 의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자립적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기술 생태계 육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