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은 모든 회전 기계의 ‘심장’이라 불린다. 자동차, 산업 기계, 로봇, 항공, 국방 장비까지 회전·운동이 필요한 곳이라면 반드시 들어간다. 한국의 베어링 기술 현주소는 일정 수준의 응용력과 산업 기반을 갖추었으나, 초정밀·고성능 분야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단계에 있다.
국내에는 경북 영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하이테크베어링기술센터가 있어 시험·평가·분석 인프라를 제공한다. 한국베어링산업협회도 업계 지원과 동향 공유를 맡고 있으며,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베어링을 전략 소재로 지정해 지원을 확대했다. 실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4년 국내 베어링 제조 시장은 약 56억달러로 평가되며, 산업용·특수용 베어링 수요가 전기차, 로봇, 항공우주 분야에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한계는 뚜렷하다. 초고순도 강종, 특수 합금, 나노 표면처리 같은 핵심 소재 기술은 선진국 대비 격차가 크다. 정밀 가공과 극한 환경 시험 설비 부족은 기업들의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으며, 특히 군수·항공 분야에서는 국산화보다 수입 의존이 여전하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적자 구조가 이어지고, 중저가 베어링 시장마저 해외 제품에 잠식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정부 R&D 투자와 시험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 중심의 국산화 역량을 끌어올리고, 핵심 소재·가공 기술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 군수·항공용 고부가가치 제품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국제 인증 및 수출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결국 한국 베어링 산업은 기초 응용력은 확보했지만, 초정밀·고내구성 영역에서는 ‘추격자’ 단계에 머물러 있다. 향후 10년이 자립 여부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