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권력에 맞선 ‘경제 헌법’ 복원 시도… 리나 칸 스톤 강연이 던진 경고와 과제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열린 2025년 스톤 경제불평등 강연에서 리나 칸 전 미국 연방거래위원장(FTC)은 거대 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맞서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칸은 재임 기간 동안 인수·합병 제동, 플랫폼·제약·헬스케어 분야 소송, 데이터 브로커 규제, 비경쟁조항 금지 추진 등 강도 높은 집행을 통합적으로 수행한 전례적 수장으로 꼽힌다. 강연에서 그는 반독점 정책을 “정치 권력을 견제하는 헌법처럼 경제 권력을 제어하기 위한 기초 규범”이라고 규정하며, 플랫폼과 데이터 중심 구조가 강화된 현 시점에서 이러한 견제가 국가의 필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칸이 제시한 방향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 회복을 목표로 한다. 그는 오랫동안 방치돼온 법률 조항을 재가동하고, 민감 건강정보 매매 금지, 노동시장의 비경쟁조항 폐지 추진 등 시민의 기본 권리 보호를 위한 집행 확대를 설계했다. 규제기관 의사결정 과정 역시 폐쇄적 전문가 중심이 아닌 공개 포럼 방식으로 전환했다. 시민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구조를 마련한 것도 시장 권력이 민주주의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강연은 강한 집행의 성과만을 나열하지 않았다. 칸은 현 체제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밝히며 개혁의 지속 가능성을 주요 과제로 남겼다. 강경 집행이 자칫 법률보다 기관 의지에 따라 규칙이 달라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과, 불평등·데이터 남용·의료 접근성 문제를 시장 권력만으로 설명할 경우 조세·복지·공공투자 등 다른 정책수단의 역할이 희석될 위험도 지적했다. 제도적 합의 없이 규제기관의 의욕만으로 추진되는 개혁은 정권 교체 시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국 칸이 강조한 핵심은 강한 규제 집행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헌법’의 설계다. 의회와의 제도적 정합성, 동맹국과의 경쟁·무역 정책 조율, 행정기관 내부의 자기 제한 장치 등이 갖춰질 때만 반독점 개혁이 일회성 실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통치 원리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칸의 강연은 미국 사회에 단순한 규제 강화 논쟁을 넘어, 시장 권력을 민주주의의 통제 아래 두면서도 혁신과 성장의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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