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 사건이 13년 만에 뒤집혔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2022년 한국 정부에 약 2억1650만 달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기존 중재판정을 전면 취소하면서 한국은 약 4000억 원 규모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취소위원회는 11월 18일 “중재판정부가 한국이 당사자가 아닌 별도 상사중재의 판정문을 핵심 증거로 사용해 적법절차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진행했던 ICC 상사중재의 판정문이 ICSID 판정부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됐던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문서에 대해 검증하거나 반박할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도, 중재판정부가 이를 국가 책임 판단의 출발점으로 사용한 것을 절차 위반으로 본 것이다.
론스타 사태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비롯됐다. 사모펀드의 은행 인수 제한 규정을 우회한 ‘헐값 매각’ 논란과 외환카드 지분 확대 과정에서 드러난 주가조작 범죄 등으로 론스타는 한국 사회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2006년부터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을 시도했으나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지연돼 매각이 번번이 무산됐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형사 사건이 진행 중이었던 점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에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승인 지연과 부당한 개입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며 46억8000만 달러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2022년 중재판정부는 금융위가 “정책적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고 매각 승인을 늦췄다”고 판단해 론스타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이 판정은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상사중재 판정문에 기초해 “금융위가 가격 인하 없이는 승인을 하지 않으려 했다”는 취지로 해석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이번 취소위원회 결정으로 정부 배상 책임은 ‘0원’이 됐다. 또한 한국 정부가 중재 대응에 투입했던 약 70억 원대 비용도 론스타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한 결정”이라고 평가했으며, 국제중재 실무에서도 이례적인 취소 사례로 분류된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금전적 부담을 면한 차원을 넘어 ISDS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 정책의 맥락과 공익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민간 분쟁 판정문에 의존해 국가 책임을 판단한 기존 판정은 국제중재 절차가 얼마나 취약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13년간 이어진 ‘론스타 분쟁’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국제투자분쟁 제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은 이제 더욱 뚜렷해졌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