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국면을 악용한 불법 무역·외환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관세당국이 특별단속에 착수했다. 무역대금 미회수와 변칙 결제, 외화자산 해외도피 등 외환 수급을 왜곡하는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은 26일 안정적인 외환 수급 환경 조성을 목표로 불법 무역·외환거래 전반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무역거래를 악용해 외화를 불법 유출하거나 국내로 반입돼야 할 외화채권을 회수하지 않는 행위가 외환시장 안정성을 훼손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수출입 비중이 지난해 기준 90.9%에 달하는 수출의존형 경제 구조다. 무역을 통해 적기에 수급되는 달러 등 외환은 경제 안정과 대외 신인도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럼에도 법령을 위반해 무역대금 지급·수령 시기를 고의로 조정하거나 외화채권을 해외에 유보하는 불법 외환거래가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은행에서 수령·지급된 무역대금과 세관에 신고된 수출입 금액 간 편차는 올해 11월 기준 약 2900억 달러로 최근 5년 중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결제 방식과 시점 차이에 따른 일정 편차는 불가피하지만, 전반적인 외화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서 점검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이번 단속의 주요 대상은 무역대금을 장기간 회수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로 미회수하는 행위, 환치기와 가상자산 등 대체 수단을 활용한 변칙적 무역결제, 수출입 가격 조작을 통한 외화자산 해외도피 등이다. 관세청은 수출입·외환거래 실적에 대한 정보 분석으로 외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는 이상 거래를 선별해 집중 점검한다.
우선 외국환은행에서 수출대금을 제대로 영수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35개 업체를 대상으로 외환검사가 진행된다. 이후 추가 분석을 통해 이상 거래가 확인되는 기업으로 검사를 확대하고, 범죄 혐의가 명확한 경우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정상적인 무역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 혐의가 분명한 경우에 한해 조사·수사를 진행하고, 불법 여부가 불명확한 사안은 신속히 종결하는 내부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불법 외환거래 적발 규모는 증가 추세다. 벌칙 대상 위반금액은 2021년 1조3256억 원에서 지난해 2조300억 원으로 늘었고, 과태료 대상 위반금액은 2021년 1조4036억 원에서 2024년 15조5684억 원에 달했다. 주요 사례로는 해외채권을 가공채무와 상계해 1180만 달러 상당 외화를 해외에 은닉한 경우, 수출가격 조작으로 발생한 차액 약 1800억 원을 가상자산 환치기 방식으로 수령한 사례, 해외직접투자를 허위 신고한 뒤 송금액을 해외 법인에서 손실 처리해 불법 취득한 경우 등이 제시됐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고환율을 악용한 불법·변칙적 무역행위와 외환거래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조사 역량을 총동원해 건전하고 안정적인 외환시장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